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지주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지주

국내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은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정도라 평가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은 제각각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을 ▲실적 ▲조직 ▲내부통제 ▲디지털 ▲글로벌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편집자 주)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3월 28일부터 제4대 회장으로 정식 취임해 6년간 DGB금융을 이끈 김태오 전임 회장의 뒤를 이어 DGB금융을 지휘하고 있다. DGB금융 내 ‘핵심인재육성프로그램(HIPO)’을 통해 대구은행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은 1년여 만에 금융지주 회장직에 올랐다. 

1995년 9월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 근무를 계기로 DGB금융그룹에 첫발을 들인 그는 대구은행과 금융경제연구소가 통합하면서 대구은행으로 이동해 근무했다. 이어 2018년 김 전 회장의 취임과 함께 DGB금융지주 비서실장으로 발탁, 김 전 회장 측근에서 경영지원, 이사회 등 폭넓은 경영 실무를 익혔다. 

◆ 상반기 ‘부동산PF’ 악재 지속…‘어닝쇼크’ 우려 주가에 반영

황 회장 체제의 DGB금융은 출격 두 달 만인 지난 5월, 오랜 숙원사업이던 iM뱅크(옛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했다. 전임 회장 때부터 이어지던 그룹의 숙원사업을 달성하면서 경영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라 중장기적 성장 기회를 확보했다고 평가되면서다. 

다만,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올해 1분기 성적은 저조했다. DGB금융 경영공시에 따르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17억원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33.5% 급감했다.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과 손실반영이었다. 

핵심 자회사인 DGB대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이투자증권은 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DGB캐피탈은 1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들 자회사도 전년도 동기보다 순이익이 줄었다. 

2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실적 충격)’까지 예상되는 분위기다. IBK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2분기 DGB금융 당기순이익(지배주주순이익)을 전년보다 63.3%, 64% 줄어 컨센서스(시장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62.3% 급감해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하는 순익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찬가지로 부동산PF 충당금과 대손비용 처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적 부진 전망은 DGB금융의 주가 약세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발표를 기점으로 경쟁 금융그룹의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주식장 시작일부터 5일까지 주가가 상승한 금융지주는 ▲KB금융(64.55%) ▲하나금융(54.67%) ▲JB금융(43.27%) ▲메리츠금융(41.83%) ▲신한지주(35.95%) ▲BNK금융(25.53%) ▲한국금융지주(21.95%) ▲우리금융지주(14.95%) 등이다. 같은 기간 DGB금융지주만 3.44% 하락했다. 

◆ 첫 조직개편 키워드 ‘리스크관리’…디지털 금융 주춧돌 작업도

시중은행 전환을 이룬 DGB금융의 첫 조직개편은 지난달 25일 단행됐다.

황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 진행한 첫 조직개편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리스크관리’에 방점을 뒀다. 

DGB금융은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를 단행하며 지주에 고위험 자산 리스크 모니터링 기능을 담당하는 리스크감리팀을 신설해 배치했다.

황 회장은 리스크감리팀을 필두로 iM뱅크와 자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앞서 5월 영입된 박병수 그룹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이 실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저신용자와 중소기업을 공략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iM뱅크의 건전성 관리를 탄탄히 하고, 부동산PF로 충당금 부담이 지속되는 하이투자증권 등 자회사에도 원활한 자금 순환 활로를 구축하겠단 구상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앞서 1일 기존 PF금융단 산하에 부동산금융실과 투자금융실을 PF솔루션실로 통합한 부서를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부동산PF 충당금 관리와 더불어 본질적인 리스크 해소에 집중한다.

DGB금융에는 리스크감리팀 외에 데이터분석팀, 디지털고객팀도 신설했다. iM뱅크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전략적 개편이란 게 업계 주된 시각이다.

김태오 전 회장을 보필할 때부터 ‘디지털&글로벌 뱅킹 그룹’으로의 도약 의지를 드러냈던 황 회장은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디지털 금융 전환의 주춧돌을 쌓아가는 중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