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국내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은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정도라 평가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은 제각각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을 ▲실적 ▲조직 ▲내부통제 ▲디지털 ▲글로벌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편집자 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직에 올라 임기 2년차를 맞았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하나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도 수행한 이력을 가진 ‘민관’ 출신의 금융전문가다.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내며 약 30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이후 2013년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의 회장을 지내다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돼 국내 금융정책 전반을 총괄했다. 

우리금융은 지나치게 우리은행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를 지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한 상황이다. 민관 다양한 경험을 갖춘 임 회장은 이를 중점으로 포트폴리오와 조직을 재배치하며 실무를 지휘하고 있다. 

◆ ‘증권‧보험’ 진출 박차…은행에 96% 쏠린 이익구조 탈출 포석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와 자본 건전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치유해야 할 과제다”,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 “기존 비은행 자회사들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여 그룹이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때부터 우리금융의 최대 과업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에 따라 올해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통한 그룹 경쟁력 강화 원년’으로 삼고, 현재 자회사 목록엔 없는 증권‧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 오는 8월 ‘우리투자증권’이란 이름으로 증권업에 재진출할 예정이다. 또한, 26일 동양·ABL생명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두 보험사를 동시에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롯데손해보험 공개매각에도 참여 의사를 밝히며 28일 본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포트폴리오를 가졌다.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그룹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지배기업지분)에서 은행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은행이 9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 81.6% ▲신한은행 70.3% ▲NH농협은행 64.7% ▲KB국민은행 37.1%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지주사의 당기순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금융이 11.1%로 가장 낮았고, ▲KB금융(73.9%) ▲NH농협금융(60%) ▲신한금융(37.2%) ▲하나금융 (22.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이슈가 발생해 배상해야 하거나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시기마다 그룹 전체 수익까지 함께 출렁인다. 실제 우리금융은 올 1분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에 대한 손실을 반영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전년(9137억원) 보다 9.8%(892억원) 줄어든 824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홍콩 ELS 손실 반영을 마무리한 2분기에 전년 대비 28.1% 늘어난 85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 슬림화‧효율화→안정화…임종룡표 조직개편 변천사

임 회장은 취임 전 내정자 신분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비은행 강화’ 전략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 이를 실현시키고 임 회장이 이끌 새로운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조직개편은 조직을 슬림화해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그룹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불합리한 기업문화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성을 담았다. 

총괄 사장제와 수석 부사장제를 폐지해 조직을 단순화시켰다. 또 조직 부문도 기존 11개에서 9개로 축소했다. 또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이를 그룹 회장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협의체 형태로 임 회장 직속 조직으로 배치했다. 이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해 미래사업추진 부문을 신설,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을 전담시켰다. 

취임 1년을 넘어선 시점엔 임 회장 체제 아래 조직을 안정화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이에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은 핀셋형으로 단행됐다. 지주는 전략 중심으로, 자회사는 영업 중심으로 비은행 강화 추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임 회장은 그룹의 M&A를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를 기존 미래사업추진부문(현 성장지원부문)에서 전략부문으로 재배치했다. 또 계열사간 협업을 담당하는 시너지사업부는 기존 전략부문에서 새로 재편된 성장지원부문으로 교차시켰다. 기존 미래금융부와 디지털혁신부의 일부 기능을 재편한 미래혁신부는 디지털혁신부문으로 재배치했다. 

동시에 취임 당시 발족한 기업문화혁신 TF를 기업문화리더십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이 조직에선 그룹 경영진 후보군 육성을 전담키로 했다. 이어 전략부문에 속했던 이사회 사무국을 이사회 직속 조직으로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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