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국내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은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정도라 평가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은 제각각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을 ▲실적 ▲조직 ▲내부통제 ▲디지털 ▲글로벌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편집자 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오너 경영자다. 맨손으로 동원그룹을 일군 ‘자수성가’의 표본 김 명예회장이 그룹 입사 직전 김남구 회장을 반년가량 미국 알래스카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태운 일은 재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김 회장은 동양그룹에 입사했다 1991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후 증권업의 여러 실무를 닦고 2004년 3월 동원증권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동원증권과 성공적인 인수합병(M&A)를 이뤘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강한 동원증권에 자산관리 부문 강자인 한국투자증권이 통합된 것이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벤처캐피탈, 헤지펀드·PEF 전문운용사 등 금융권 전 사업부문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어가며 업계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지주 부회장에 오른지 9년 만인 2020년 회장직에 올랐다. 

◆ 김남구號 선구안 통했다…한투證, 캐시카우 역할 ‘톡톡’

김 회장이 수장이 된지 1년 만인 2021년,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연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21년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연결기준 매출 12조7861억원, 영업이익 1조5210억원, 당기순이익 1조76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51% 줄었으나, 실질적인 경영성과 지표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77.60%, 105.17% 급증했다. 

당시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과 김 회장 주도로 인터넷전문은행 1위인 카카오뱅크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것이 이익 창출로 이어져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올해도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1~6월) 내내 사상 최대 실적을 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9% 증가해 7109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공시했다. 김 회장이 주도해 인수한 한국투자증권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 ‘인재중용’ 조직관 기반…‘오너-전문경영인’ 조직 구축

김 회장의 주된 조직관 중 하나는 ‘인재중용’이다. 오너로서 빠른 의사결정 등 리더십을 가져가는 한편, 전문경영인과 주요 임원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권력을 분산하고 경영 효율화가 뒷받침되는 조직을 갖췄다. 

김 회장은 전문경영인에 상당 부분 실무와 권한을 위임하고, 수년간의 성과에 따라 확실한 보상과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러한 인재중용과 성과주의는 계열사 운용에도 적용,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 상호작용과 시너지로 이어졌다. 이에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성장동력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연초엔 사업부문별 1위를 목표로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빠르게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기존 글로벌사업본부와 담당은 그룹과 본부로 격상, 글로벌사업지원부를 신설해 현지법인 법률자문 등 운용 전반을 지원하는 조직을 마련했다. 개인고객그룹은 초고액자산가와 법인자산 증대 등 자산관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부서 편제를 개편했다. 

투자은행(IB)그룹은 대형 기업공개(IPO) 영업을 위해 IB1본부 산하에 IPO 1담당을 신설하고 디지털본부는 기능별로 IT본부와 디지털혁신본부로 이원화시켰다. 지주 산하 eBiz본부에 e고객담당을 신설해 비대면 사업에 집중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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