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서 모집액 7배 자금 확보…1조3700억원 매수 주문
‘글로벌 친환경 기업’ 위한 대규모 투자 감행…외화채 노크 가능성도↑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옥.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옥.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올해 첫 도전한 공모채 시장에서 모집액의 7배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며 대흥행을 거뒀다. 이미 9000억원 이상의 풍부한 현금곳간을 가지고 있지만,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에 따라 자금 조달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4일 2000억원 어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37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700억원에 2900억원, 3년물 1000억원에 8500억원, 5년물 300억원에 2300억원이 접수됐다. 목표액의 약 7배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공모 희망 금리로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를 제시해 ▲2년물 -5bp, ▲3년물 -9bp, ▲5년물 –11bp에 유효 수요를 채웠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대 3000억원까지의 증액 발행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회사채 발행은 오는 12일 예정돼 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채무 상환에 활용될 계획이다. 오는 10월 2195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번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공모채 발행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포스코그룹이 자금 조달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포스코에너지 흡수합병으로 현금성자산도 풍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올 3월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보수적인 자금 조달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 올 포스코 그룹사가 회사채 시장에 조달한 자금은 9849억원(포스코퓨처엠·포스코이앤씨·삼척블루파워)에 그친다.

넉넉한 현금곳간 또한 지니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약 912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하면서 현금성자산이 크게 증가했다.

앞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에너지 사업에만 총 1조원을 투자해 종합사업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인 5376억원의 약 두 배 규모다. 이번 발행 역시 예정된 신규 투자 규모 계획에 따라 자금 조달길을 넓히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업스트림 영역에서는 2025년을 목표로 호주 세넥스에너지의 3배 증산 체제를 구축하고, 미얀마 가스전 4단계 개발에 도입한다. 미드스트림에서는 광양 6호 탱크 증설을 올해 마무리한다. 총 40만㎘ 규모의 7, 8호기 탱크도 2026년 준공 목표로 확장한다.

천연가스 생산과 수송,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기존 상사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글로벌 친환경 종합 사업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외화채 시장에서도 조달 기회를 엿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획득하면서다. 국내 기업이 외화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향후 조달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사업 등을 기반으로 한 실적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LNG 밸류체인 완성과 함께 그린 에너지 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모빌리티, 2차전지 소재, 친환경 차 부품 등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에너지와 소재로 다변화된 사업구조와 E&P, 발전 등 주력 사업들의 안정적 이익 창출로 내년부터 실적 모멘텀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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