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통화정책이 전환점에 접근했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향후 미국 경기 흐름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들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지만 향후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추가 확장보다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미국 경기 흐름에 대한 논란 역시 경기 상승 혹은 둔화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연착륙이나 경착륙 또는 경기침체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확률만 보면,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70% 가량 반영했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경기침체 우려는 이달 초 경험한 것처럼 조그만 자극에도 큰 폭발력을 보일 만큼 민감해진 상황이다.

분분한 논란 속 의문이 드는 것은 향후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것인지 아니면 경착륙 또는 경기침체로 갈 것이지 어떻게 판정할 수 있는가 여부에 대한 것이다. 두 국면을 가르는 기준에 대한 의문이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이 몇%면 연착륙이라 할 수 있고 몇% 이하면 경착륙 또는 경기침체라고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 물음이 중요한 것은 막연한 판단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이 있다면 향후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예측이나 투자 환경에 대한 전망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기술적으로 정의가 마련돼 있다.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는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후퇴로 정의하는데 정확히 ‘수개월간 경제활동 전반이 침체하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고조된 상태(significant decline in economic activity that is spread across the economy and lasts more than a few months)’로 정의한다. 경기 상황은 경기침체(recession)와 경기확장(expansion)으로 구분한다.

실질개인소득(이전소득 제외)과 비농업고용(기업 및 가계 서베이) 등 6개월간 지표들을 중심으로 경기 상황을 판정하며 실질 GDP나 GDI 등 분기지표들은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문제는 이 판정이 너무 늦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분석을 위한 학술적인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투자 판단에는 큰 의미가 없다. 투자 판단을 위해선 사전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

귀납적인 방법으로 경기침체 수준을 의미하는 경제성장률 수준을 구해 보는 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이런 접근을 한 이유는 금융시장참여자 입장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수많은 예측기관들이 쏟아내는 향후 성장률에 대한 전망 수치이고 그 전망치들이 경기침체 수준에 있는지 아닌지를 비교해 보는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고 봤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과 실제 경제성장률 차이를 이용한 표준편차를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표준정규분포의 확률 값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고 경기침체(recession)라는 상황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국면(표준편차 이내 국면, 확률값 68.3%)이라기 보다는 이례적인 국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면, 미국 잠재성장률을 중심으로 실제성장률과의 차이로 구한 표준편차를 빼준 성장률보다 실제 성장률이 낮다면 경기침체(recession)로 본 것이다.

이 국면들을 NBER에서 판정한 공식적인 경기침체 국면들과 맞춰보면 거의 시기가 겹치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수치가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의미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하단의 성장률을 침체의 임계점으로 판단한다.

이 방법을 토대로 내년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경제성장률을 구해 보면, 막연히 생각하는 수준보다는 상당히 낮은 성장률이 구해진다. 현재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2.1% 수준이다.

이를 중심으로 표준편차 하단은 구해보면 0.1% 내외인데 이 수준이 침체의 임계치이기 때문이다. 즉, 내년 미국 경제가 올해보다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연간으로 거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경기침체 국면으로 판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에 대한 예측치들이 1%대 후반에 주로 분포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귀납적인 방법으로 추정한 침체임계점은 아직은 경기침체를 쉽게 예단할 필요가 없는 국면임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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