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하반기가 시작됐다. 상반기 경기는 수치상으로 보면 당초 기대보다 훨씬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었던 1분기 경제성장률이 그랬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 전후에서 2.5%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제 시선은 하반기 이후 경기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전망치가 조정되고 여러가지 정책적 대응이 본격화되며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필두로 2분기 기업실적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도 발표된다.

2분기 기업실적 시즌이 2분기 기업실적의 평가만이 아니라 향후 기업실적의 방향성을 엿보는데 더 무게를 두는 것처럼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기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에서 나타난 이른바 ‘트리플 약세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 모두 감소)’로 인해 일부 예측기관들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는 등 2분기 GDP성장률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 달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은 무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산업활동 동향을 토대로 경제성장률을 추산하는 단기 모형의 결과치를 보면, 이번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3.3%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로 환산하면 0.1~0.2% 정도로 1.3% 수준이었던 1분기에 비해 크게 약화되지만 1분기 성장률이 예상 외로 높았던 만큼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일 수 있다. 그리고 성장률 회복의 주된 부문인 수출이나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면 2분기 우리나라 경기는 반등 국면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방향이다. 향후 전망되는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2분기 성장률 둔화는 모멘텀 둔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여러 모델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미국과 중국 경제성장 흐름에 상당히 많이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내년까지 미국과 중국의 분기 경제 성장률 컨센서스를 대입해 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금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2025년에는 2%대 초반으로 둔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여전히 활황인 미국이나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중국 역시 올해가 경기 모멘텀의 고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절대 수준은 낮지 않다. 2% 초반에 있는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이 기대치를 토대로 보면 경기가 크게 둔화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이 기대치보다 하향 기울기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상반기 우리나라 성장률과 이 추정치는 수출 부문의 기여로만 만들어진 수치이기 때문이다.

민간부분 소비의 위축과 국내 투자의 부진이 체감 경기를 크게 끌어 내리고 향후 경기 둔화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1분기 대비 훨씬 개선된 수출에도 불구하고 2분기 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온 1분기 민간 소비와 투자에 2분기가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많은 기업들의 경기가 부진하다. 하반기 경기 관건은 이 부분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는가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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