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있나”, “선거는 자선사업이 아니다”, “공약은 무조건 지켜야만 하는 게 아니다”. 명분이고 뭐고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제를 택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한 말이다. 기존의 연동형 비례제에 위성정당 방지책을 보완하는 선거제가 민주당의 공약이자 기존 당론이었다. 연동형보다는 병립형을 택했을 때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접하면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소수 정당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선거제도 개혁 차원에서 도입했던 제도를 다시 과거로 회귀시키는 퇴행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8
신속한 재판은 시민의 권리 중 하나이다. 미결된 상태로 장기간 구금되는 것을 막고 확정되지 않은 혐의를 두고 일어나는 사회적 비난이나 심리적 불안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 무죄추정의 원칙 등과 더불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근대 형사재판의 원칙이다. 우리 헌법에도 제27조③에 “모든 국민은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27조④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도 신속한 재판과 더불어 의미를 갖는다. 빨리 무죄를 증명해서 억울한 인권 침해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터인데, 재판이 지연되
해가 바뀌어 새해다. 달력으로 따지지 않는다면 하루가 지난 오늘일 뿐이다. 그래도 세월의 흐름을 확인하는 분기점이다. 한해를 넘어온 뿌듯함도 있고 회한과 아쉬움도 있을 터이다. 새로운 시작을 독려하는 듯 연말에 하얀 눈이 가득 내렸다. 지난해를 돌아보게 된다.근래 한해를 결산하는 단어들은 전부 아쉬움과 문제투성이를 지적하는 것들이었다. 교수신문에서 2023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내놨다. 각자의 이익만을 좇으며 도의가 실종된 세태를 지적한 것이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교수는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政=正
정치시사 방송에서 패널들의 표정과 태도는 어느 쪽이 불리한 상황인가를 대변해 준다. 악재가 불거졌거나 불리한 상황에 처한 쪽 패널들의 항변이 옹색해지고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억지를 쓰거나 무조건 큰 소리로 싸우듯 하는 패널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시청자들은 안다. 물론 진영 논리가 거의 모든 사회 영역을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보는 시각 자체가 아전인수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상대방에게 밀리거나 동문서답으로 토론한 장면도 정신승리인지 추켜세우는 ‘짤’이 적지 않게 돌아다닌다. 객관적 판단이라는 게 불가능할지 모른다.
지난 16일 민주당의 비주류 국회의원 4명이 ‘원칙과 상식’ 모임을 출범시켰다. “민주당의 무너진 원칙을 되살리고 국민이 원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며 비명계가 아니라 혁신계로 불러달라고 했다. 민주당 혁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또는 탈당의 전초작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나, 상식을 화두로 던진 게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근래 들어 원칙, 공정 등과 더불어 상식이 이미 국정운영의 일상적인 화두가 돼버렸지만, 이번에는 정당 혁신의 명제로까지 등장했다.원칙, 공정, 상식은 2012년 대선 때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캠페인 화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혁신안 2호를 발표하면서, 당의 중진ㆍ친윤 실세들의 헌신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수도권 어려운 지역에 나와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불체포특권 전면포기,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의원 구속시 세비 전액 박탈 등 혁신위가 의결한 혁신안보다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내 가장 큰 기득권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의 당내 후보 공천 지형이 요동칠 수도 있다. 혁신위에 냉소적이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주당이 기세를 올린 모양새다. 17.15%격차로 참패한 국민의힘은 패배의 책임과 혁신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여론동향과 무관하게 씩씩했던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에는 선거결과에서 교훈을 찾겠다고 했다. 다만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차분한’ 반응이었다. 영장 기각에 이어 보궐선거 승리까지 이끈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의 기세와 더불어 ‘’비명파‘의 반발을 봉합하려는 태도도 일부 보인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임명직 간부의 사퇴라는 반향없는 동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기계적인 ‘좌우 날개론’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구절을 인용하는 협치 요구에 대한 반박이다. 먼저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되어야 하고, 방향이 같았을 때 좌우 날개가 힘을 합쳐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좌우 날개가 허우적거리면 추락하고 만다고 덧붙인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그 방향을 제대로 잡는 역할을 해야 된다면서, 다시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정체성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 정체성에 대한 판단이 특정 세력만의 몫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원리에 따라 국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국민 항쟁을 선포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는 단식의 변이다.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입장 표명과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 쇄신과 개각, 이 세 가지를 윤 대통령이 수용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하겠다고 했다.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강한 투쟁 의지로 읽을 수는 있겠다. 그래서 국민의힘이나 또 다른 쪽에서는 자신에 대한 사법적 압박과 당내 책임론에 대한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보기도 한다. 민주당 내부의 결집 효과는 있어 보인다.
사법 리스크 공방이 우리 대의정치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민생이나 국가정책 의제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혐의를 둘러싼 공방이 우리 대의정치의 주요 관심사가 돼 버렸다. 지난 1년 정치뉴스, 시사토론 방송의 대부분도 사법 리스크에 대한 공세와 변론 마당이었다.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도 이 사법 쟁점에 밀려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정부여당에 대한 방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민생정치 의제의 실종과 야당의 견제 능력 약화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한국 대의정치의 현주소다.이재명 대표는 사
지난 한 주 걱정거리가 참 많았다. 이곳저곳 도시 길거리, 백화점, 학교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이어졌다. 위험스러운 모방 문자도 보태진 살인 예고 문자까지 번지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다른 한편에선 자랑스러운 국제 행사로 홍보했던 새만금 잼버리대회, 오히려 국가 위신 실추 우려까지 낳았다. 영국 등 몇몇 국가 대표단이 자국의 청소년 보호를 위해 대회장에서 철수했다. 정부가 개입해 폭염에 대응하는 대회장 환경 개선에 나서고, 참가 153개국 중 150개국이 예정된 일정대로 치르기로 했다. 대회장 밖 체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