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 처장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 처장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주당이 기세를 올린 모양새다. 17.15%격차로 참패한 국민의힘은 패배의 책임과 혁신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여론동향과 무관하게 씩씩했던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에는 선거결과에서 교훈을 찾겠다고 했다. 다만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차분한’ 반응이었다. 영장 기각에 이어 보궐선거 승리까지 이끈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의 기세와 더불어 ‘’비명파‘의 반발을 봉합하려는 태도도 일부 보인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임명직 간부의 사퇴라는 반향없는 동문서답으로 후속조치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와 소통문제, 대통령과 당의 관계 같은 민심 이반의 핵심 요인을 성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보궐선거 이후 6개월도 채 안남은 22대 총선 일정이 놓여 있다. 여야 총선전략과 더불어 당내 갈등의 향배도 구체화될 것이다. 강서구청장 보선 승패에 따라 일시적인 기세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정치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선거기간이었던 10-12일에 조사된 갤럽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 동향은 그대로였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3주 전 조사 때와 별 다를 게 없었다. 크게 의미는 없지만 1%가 오른 33%였다. 여야 정당지지도는 모두 1%씩 오른 34%로 동률 그대로였다. 이번 보선에서 여당 참패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강서구의 지역적 특성도 있었지만, 여론에 맞선 사면 공천, 이에 맞물린 대통령의 일방주의가 부각되면서 여당에 대한 지지가 더욱 추락한 결과였다.

위의 갤럽조사에서 무당층은 26%였다. 전화조사 응답률이 14% 정도였고 나머지 무응답자들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실제 무당층의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론된다. 그동안의 조사에도 나왔듯이 여야 정당 모두에 대한 비호감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물론 양대 정당에 대한 불만이 이번만은 아니다. 우리 정당정치는 늘 양대 정당이 주도해왔지만, 이 기성 양당에 대한 불만 또한 작지 않았다. 당내 분열 요인이 극대화되거나 제3의 정치적 구심점이 있을 때 분당되거나 신당이 등장했다. 그러다가도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와 소선구제의 제도적 환경에서 양당제로 회귀하곤 했었다.

정당의 재편은 권력투쟁이 구체화되는 총선 또는 대선을 앞두고 일어난다. 근래에는 2016년의 20대 총선을 앞두고 요즘과 비슷하게 여, 야 정당 모두 갈등을 겪으면서 재편 시도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 여당 새누리당은 주류 친박과 소수 비박간의 갈등으로 이른바 ‘진박 감별’ 논란과 ‘옥새들고 나르샤’ 사건까지 있었다. 갈등을 봉합한 채 선거를 치렀으나 갈등과정이 악재가 됐고 선거에 패배했다. 당시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문재인 대표와 당내 비판세력(비문)간의 갈등으로 결국 분열하게 된다. 안철수를 필두로 국민의당을 새롭게 출범시켜 총선에서 38석의 원내 제3세력으로 진입한다.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원회를 가동해 당내 분열을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더불어민주당으로 재편하고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총선을 치렀다. 1석 차이로 원내 1당이 됐고 국민의당과 더불어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의 동력이 됐다.

22대 총선을 앞둔 현재 기성 양당에 대한 불만은 역대 최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당의 경우 아직 윤석열 정부 집권 초반이라는 점이 앞의 새누리당 시절과는 다르다. 또 이준석, 유승민 등 당내 비주류가 대부분 원외에 있다. 그런 점에서 보궐선거 참패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혁신 전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있다. 유감스럽게도 국정운영 방식과 대통령 리더십의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체제가 기세를 잡고 있지만, 이 대표의 사법적 쟁점과 수박 논란이라는 근원적 갈등 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재판과정에서 사법적 쟁점은 계속 호명될 것이고, 재판 결과에 따른 리스크는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사법적 판결 이전에 대선 후보 경선시절부터 형성됐던 도덕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당 내부에 있다. 작은 차이를 넘어서자는 이 대표의 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박들을 징계하자는 청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경 ‘개딸’ 세력이 이 대표의 핵심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극복 과제는 ‘작은 차이’가 아니라 자기모순을 타파해야 하는 어려운 명제이다. 비명 세력에게는 도덕성과 당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있지만, 총선 공천이라는 현실적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당의 갈등 봉합이 2015년의 새정치민주연합 상황보다도 쉽지 않다. 열성 지지세력의 종교화 경향은 더 강해졌다. 그렇다고 민주당 내부에서 과거 안철수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당 같은 신당의 구심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신당을 출범시킨 세력들을 포함한 통합신당론은 거론되는 모양이다.

강서 보궐선거는, 승패에 따른 파장도 있지만, 여야 모두에게 혁신이냐 재편이냐의 과제를 본격적으로 던지고 있다. 근래 우리의 정당정치는 상대의 부실과 약점이 유일한 무기가 되는 불량정치의 적대적 공생구조였다. 기성 정당의 혁신이든 신당이든 불량정치의 적대적 공생이 아니라 우량정치의 경쟁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제3의 압력이 있어야 그나마 기성 정당이 조금이라도 변화하려고 할 것이다. 관련 논평자들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선거 참패를 보고서야 교훈을 찾아보겠다는 현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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