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강원개발 대여금 ▲필룩스 634억 ▲미래물산 474억 ▲건설 304억
해당 대여자금 1412억 중 400억 주주배정 유증 방식으로 ‘출자전환’
그룹사 반기 현금 ▲필룩스 184억 ▲미래물산 2억 ▲건설 134억
과징금 510억 소송도 겹쳐...“과징금 배제해도 한계 상황”

KH그룹이 KH강원개발에 투입한 막대한 규모의 대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면서 그룹사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강원개발이 수년간 적자를 지속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탓이다. KH그룹은 강원개발의 담보대출 상환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존 대여금 중 400억원을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강원개발이 그룹사 내 돈먹는 ‘블랙홀’이 된 가운데, 주요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영업적자 누적으로 현금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재무적 조치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가깝다는 진단도 나왔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H강원개발은 이날 4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KH강원개발의 주주 구성은 ▲KH필룩스 81.82% ▲KH미래물산 18.17% 등이다. 사실상 강원개발의 지분 99.99%를 보유한 계열사가 400억원을 고스란히 감당한다.

강원개발의 이번 유증은 기존 계열사들의 대여금을 투자금으로 출자전환하는 형태다. 기존 KH그룹의 강원개발 대여금 잔액 현황을 보면 ▲필룩스 634억 ▲미래물산 474억 ▲건설 304억원 등으로 합계 1412억원에 달했다. 주주배정 증자 참여비율에 따라 필룩스와 미래물산이 각각 327억원, 73억원씩을 출자하게 됐다.

KH그룹 측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목적을 "KH강원개발의 부채상환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계열사 자원 총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강원개발의 재무구조가 극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강원개발이 쌓아온 부채 규모가 워낙 막대한 탓이다.

강원개발은 작년말 기준 부채규모가 8053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는 -22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결손금은 552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빚만으로 굴러가는 회사인데, 성과 역시 적자의 연속인 셈이다.

이번 KH그룹 출자금 400억원으로 인해 자본총계가 플러스(+)로 전환되더라도 기존 마이너스와 상계할 경우, 자본금 330억원을 넘기는 힘들다. 완전자본잠식에서 부분자본잠식으로의 변동에 그친다는 의미다. 그룹사 대여금 1000억원을 제외한 부채가 여전히 7000억원 가깝게 유지된다.

KH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현황 역시 열악한 가운데, 강원개발에 투입한 막대한 자금을 돌려받기도 어려워졌다. 금번 출자 이후 남게 된 대여금 잔액 1000억원도 향후 출자전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KH 주요 계열사들의 반기 기준 보유현금성 자산 규모를 보면 ▲필룩스 184억 ▲미래물산 2억 ▲건설 134억 등으로 나타난다. 

특히 미래물산의 경우 작년 반기 자본금 규모가 800억원이었는데, 재무개선을 위해 극단적인 감자를 단행한 탓에 올해 반기 기준 자본금이 24억원까지 축소됐다. 미래물산은 올해 반기 기준 영업적자 82억원을 기록했으며,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은 상황이다. 자기전환사채를 대량매도하면서 유동성 고갈에 대응하고 있다.

KH그룹 각 계열사들이 가까스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는 가운데, 지난 4월 공정위가 부과한 51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잠재적 폭탄으로 점화되고 있다. 공정위는 2021년 6월 강원도개발공사가 발주한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 공개입찰에서 KH그룹이 낙찰예정자, 들러리, 투찰가격 등을 담합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벌금을 부과했고, KH그룹은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H그룹은) KH강원개발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영업실적과 현금흐름 역시 악화하는 흐름”이라며 “과징금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재무적 조치만으로는 타개하기 힘든 한계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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