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3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3%에 불과했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1%, 민주당 32%였다. 이번 조사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의 이른바 ‘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8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0% 중반 정도 수준을 유지했었다. 당시에는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 사이에 디커플링 현상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함께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사이에서도 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장래 지도자 선호도에서 한동훈 대표는 14%를 기록했는데, 26%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보수의 입장에서,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어둡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보자면,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조금 있으면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역대 정권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지지율을 올릴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민의힘이라도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 그리고 한 대표의 지지율이 디커플링 돼야만,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역설적으로 여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수 있다. 무조건 대통령실과 여당이 갈등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정책 방향이 여론과 동떨어졌을 경우, 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여당은 이런 대통령실의 입장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바로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 대란 문제일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8월 25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 입장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가 지금이라도 상황 변화를 인정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두 주 만에 입장이 180도 선회했으니,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기 힘든 상황을 대통령실 스스로가 만든 셈이다.

물론 좋게 생각하면, 상황이 변했으니 대통령실의 입장도 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주 전에도 의료 대란이라고 부를 만큼,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고,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두 주전과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추석 연휴 때 의료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대통령실의 입장이 변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두 주전에도 추석 연휴가 걱정이라는 말들이 이미 나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동훈 대표는 두 주 전부터 대통령실에 보다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어야 했다. 당시에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여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그리고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고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문제는 자주, 그리고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 이번의 경우와 같이 한동훈 대표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여권 지지율의 동반 추락을 계속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한 대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당내에 지지기반이 미약하고, 아직까지 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친윤들은 계속 한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대표가 그런 상황의 ‘지배’를 받게 되면, 한 대표 본인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이는 여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 대표의 합리적 선택은, 여론의 지지를 업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대표의 합리적 선택만이, 현재 나타나는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 동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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