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위쪽부터)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이 불거진 우리은행과 수십억원대 직원 횡령이 적발된 Sh수협은행이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모두 금융사고가 발생했지만,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의 연임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Sh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오는 12일 6명의 차기 은행장 후보자 중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를 결정하고, 이달 23일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Sh수협은행에 따르면 차기 은행장에 도전장을 낸 후보자는 강 행장을 비롯해 신학기 Sh수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양수 Sh수협은행 부행장, 김철환 전 Sh수협은행 부행장, 양제신 전 하나은행 부행장,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까지 총 6명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말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 선정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 조 행장이 스스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자동으로 롱리스트에 포함돼 연임에 도전한다. 

◆ 은행 내부서 강신숙 ‘연임’, 조병규 ‘퇴임’ 가능성 거론

두 은행 내부에선 각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정반대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언급한 이후 조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강 행장은 같은 금융사고에도 성실히 공시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에서 내부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조 행장은 우리금융‧은행의 부정대출 건의 책임론의 총대를 메고 자리를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는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이미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군이 언급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6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과 관련해 ‘경영진은 몰랐다’는 식의 해명과 우리은행의 공시 누락 등 늑장 보고를 꼬집으며 현 경영진을 향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지주 계열사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조 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반면, Sh수협은행에선 이날 뒤늦게 횡령 사고를 발견한 뒤 오히려 강 행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의 Sh수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고는 2017년부터 있었던 오래된 건이고, 오히려 강 행장은 임기 중에 이를 적발하고 규정에 맞춰 금융당국에 신고했다”며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본인의 연임이나 거취를 고려하지 않고 임기 이전부터 발생한 금융사고를 당국 규정에 따라 조치한 점을 감안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 우리금융 자추위, Sh수협은행 행추위…선임 체제차 ‘극명’

우리금융과 Sh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 체제의 차이가 극명한 점도 강 행장과 조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갈리는 요인 중 하나다. 

Sh수협은행 행추위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3명,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하는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려면 이중 4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Sh수협은행장 선임에는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또한, 매번 은행장 선임 때마다 정부 측의 모피아(재무관료 출신+마피아) 낙하산 인사와 수협 측의 내부 출신 고집이 충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강 행장이 은행장에 도전할 때만 해도 선임 절차 초반 관료 출신의 후보자가 유리한 국면이었지만, 당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 후보에 포함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피어오르자 내부 출신이면서 첫 여성 은행장 타이틀까지 거머쥘 수 있는 강 행장이 뒷심을 받았다. 

이와 달리,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주 회장과 지주 사외이사 6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또 지주 회장이 자추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사실상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운전대를 쥔 구조다. 

임 회장 취임 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전면 손질한 우리금융은 올해 첫 은행장 인사에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때 선정돼 임기를 시작한 은행장이 지금의 조 행장이다. 조 행장은 자추위가 두 달간 ▲외부 전문가 심층 면접 ▲평판 조회 ▲업무 역량 평가 심층 면접 등 여러 오디션을 진행한 끝에 최종 선임됐다. 다만, 평가의 공정성을 강화했다고 해도 여전히 지주 회장의 입김이 거셀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뒤따른다. 

은행권에선 SC제일‧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추석 이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행장 인선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 새마을금고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견돼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예상되는 만큼 은행장 선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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