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횡령' 우리은행, 준법감시인 자진 사임 후 이례적 인사 단행
전‧현직 결재라인, 영업본부장, 내부통제지점장 등 대거 후선 배치 '눈길'
BNK경남은행, 자구책으로 2200여명 임직원 성과급 일부 환수 결정

우리은행(왼쪽)과 BNK경남은행 사옥. 사진=우리금융그룹, BNK금융지주
우리은행(왼쪽)과 BNK경남은행 사옥. 사진=우리금융그룹, BNK금융지주

대규모 배임‧횡령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과 BNK경남은행이 관련 조직을 문책하고 금융사고를 일으킨 직원에 대한 성과급 환수 등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일각에선 후속 조치와 함께 임직원 윤리의식을 제고하는 근본적 예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5일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 업무를 책임지는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고, 실적이 부진한 본부장 4명과 지점장 21명에 대해 인사상의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경남 김해 지점에서 발생한 100억원 횡령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박구진 준법감시인이 자진 사임했다. 또 해당 금융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 소관 영업본부장과 내부통제지점장까지 후선 배치하는 등 강력한 인사상 책임을 물었다. 

해당 인사는 이례적 조치다. “‘탁월한 성과에는 분명한 보상, 부진한 성과에는 단호한 책임’을 강조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성과 중심 인사원칙이 반영된 결과”란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BNK경남은행은 앞서 1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발생한 3000억원대 횡령사고와 관련 자구책으로 2021~2023년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일부 성과급(이익배분제·조직성과급·IB조직성과급)을 환수키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횡령액 반영에 따른 재무제표 수정으로 당기순이익 등 수치에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 이번 성과급 환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계기로 금융권 내 ‘클로백(Clawback, 성과급 환수 조치)’ 제도 도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성과급 환수 대상은 경남은행 전 임직원 2200여명이며, 총 환급 규모 및 시기는 미정이다. 다만 순손실액이 441억원으로 잡혀 직원 1명당 100~200만원 안팎의 성과급 환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권 일선에선 금융사고의 후속 조치를 강화해 경각심을 심는 것도 중요하나, 영업문화 선진화와 임직원 의식 제고를 기반으로 한 내부통제 강화 같은 예방책이 함께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사고 재발 방지가 단순히 조직의 인사 변화, 성과급 환수 같은 직접적인 제재에 그쳐선 안 된다는 시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에 클로백(성과급 환수 조치) 제도가 있다고 해서 우리도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들이 철저히 교육하고 도덕적으로 재무장화시켜 스스로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금융권의 사고는 단기성과주의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핵심성과지표(KPI)에 따라 승진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다보니, 직업윤리의 문턱이 낮아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책무구조도를 골자로 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지배구조법)을 앞두고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및 지배구조(거버넌스)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9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금융당국의 감독 프로세스에서 조직문화가 중요해져 금융사 조직문화를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다”며 “준법·윤리 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의 영업행위·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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