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금융시장은 본격적으로 하반기 전망이 발표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하순 발표된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높은 실업률)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발표되는 지표는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3월 산업활동 동향이 기대보다 부진하게 나옴에 따라 1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발표될 때는 속보치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반면, 미국은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GDP나우’ 2분기 수치가 4.2%(연율환산 전기대비)로 나오며 경기에 대한 기대를 다시 북돋아 주고 있다.

여전히 경기에 대한 기대는 지표 발표 때마다 등락을 거듭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올해 들어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는 뚜렷하게 기대감이 높아지고 불안감은 줄어드는 흐름을 보여준다. 경제성장률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와 뉴욕 연은과 같은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경기 침체 확률을 보면 이러한 흐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의 컨센서스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1.2% 수준이었던 올해 성장률 전망은 최근 2.4%까지 올라와 지난해 성장률 수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흐름은 지난달 하순 기대치를 밑도는 1분기 GDP 속보치가 나온 후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 순수출이나 재고 등락 등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 있지만, 소비나 민간투자 등 미국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부분은 여전히 강건하다는 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올해 성장률이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고 내년 성장률 기대치도 일정 수준 유지됨에 따라 지금 시점 이후 12개월 동안의 경기흐름을 의미하는 12개월 포워드 경제성장률 흐름도 상승추세를 유지 중이다.

반면, 미국경제의 침체 확률은 빠르게 하락 중이다. 1월 50% 수준이었던 미국 경기침체확률(블룸버그)은 최근 30% 수준까지 하락했다. 불안 요인이 있지만,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점점 더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흐름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연초 이후 성장에 대한 기대치는 상승하는 반면 경기침체 우려는 완화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는 연초 2% 내외에서 2.4% 수준으로 올라와 있고 침체확률은 연초 이후 15%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나 유럽은 12개월 포워드 경제성장률 흐름이 정체되다가 최근 반등하는 모습인데 시차를 두고 경기 반등 국면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침체에 대한 우려는 연초부터 반락했다.

경기흐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올해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미국 고용이나 물가지표 발표에 따라 금융시장 지표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앞으로 미 연준의 금리 인하시기 및 폭에 매우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지표 등락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역시 등락을 보이겠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경기 흐름에 대한 불안은 줄어드는 반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흐름과 이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은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금리 인하 명분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 인하에 대해 조급하거나 기대 수준을 높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패턴을 보이는데 성장 기대치와 경기침체 확률이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일본은행의 대응은 지금처럼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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