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새해 들어 금융시장은 과열에 대한 우려가 대두할 만큼 끓어오르던 지난 연말 분위기와 달리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김 빠진 모습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과 연초 양호한 경제지표에 기인한 연준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조짐 등이 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시장에 대한 시장 기대는 여전히 낙담보다 낙관 쪽에 있다.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채권 선물에 반영된 금리 인하 회수는 6번에서 5번으로 줄었을 뿐이다. 여전히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고 지난 연말까지 크게 상향 조정한 자산 가격 전망치들은 여전히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올해 금융시장은 낙관적이기만 할까?

연초 기대감이 높은 시기이고 지난 연말 시장의 강세가 올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올해 투자 환경은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만만하진 않으리라 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보다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투자 판단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다는 전망을 할 때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세계 경제가 처한 비경제적 불안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연말 미국 대선까지 중요한 선거가 연중 포진해 있고 유럽과 중동의 전쟁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이 불안 요인이다.

이와 함께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투자 판단을 어렵게 하는 더 본질적인 요인은 경제와 통화 정책에 대한 모순적 기대에 있다. 올해 들어 금융시장 낙관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서 3월로 당겨진 금리 인하 시기는 아직 변하지 않고 있고 금리 인하의 횟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늘어 5회 정도에 컨센서스(추정치)가 형성돼 있다.

미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흥미롭다. 지난해보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은 높다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미국 경제가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는 상향 조정되고 있는 흐름이다. 즉, 현재 시장의 기대는 미국 경제는 크게 나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 연준은 3월부터 연내에 최대 5번까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즉, 모순적 기대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에 무게를 둔다면 경기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할 것이고,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은 유리한 것만 취하고, 낙관적인 부분만 반영하는 양상이다. 모순된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안도하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하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 통화당국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통화당국의 정책 전환을 위해선 수긍할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전망에 기반을 둔(Time-based) 대응에서 결과 기반(outcome-based) 대응으로 연준 정책 결정이 바뀌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분은 더 중요하다.

현재 연준의 성장률 전망치는 시장보다 높은 1.5~1.6% 수준에 형성돼 있다. 기준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은 시장 기대보다 작은 3회 정도로 낮춰져 있다. 상반기 중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 기대는 연준 전망치 또는 이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고, 금리 인하는 올 하반기 이후 시작되고 횟수는 3회 이하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성장 전망 상향 조정과 미 연준 금리 인하 기대 하향 조정 중 시장은 어느 부분을 더 반길까?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