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원·달러 환율이 다시 달러당 1400원선에 근접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연초 1달러 당 1300원선에서 출발한 환율이 지속 상승해 1390원선을 넘어선 것은 미국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는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미뤄지고 인하 폭이 축소되는 만큼 미국 달러의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 순으로 연초에는 중국경제의 부진에 따른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에 가세했고 3월과 4월에는 배당금 지급에 따른 소득수지 악화가 환율에 영향을 줬다. 최근 1달러 당 160엔선에 바짝 다가선 일본 엔화의 약세가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향후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것과 ‘환율 수준이 높아지는 것만큼 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원화 환율은 올해 3분기까지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하며 일시적으로 1400원선을 넘을 수는 있지만 1400원 선이 오래 유지되거나 2022년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고 3분기말 이후는 다시 1300원대 초중반으로 하락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국 통화 정책 흐름에 대한 전망이다. 최근 2년 동안 원화 환율 흐름을 보면 일정한 계절적 패턴을 보여준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강한 연초에는 환율이 낮게 형성되었다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3분기까지 환율이 상승하고 4분기에는 ‘내년에는 반듯이 금리인하가 되겠지?’라는 기대가 형성되며 환율이 하락하는 패턴이다.

올해도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 연초 이후 지금까지는 미 금리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는 흐름에 있지만, 9월 이후 금리인하 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9월 FOMC에서 연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으로 옮길 수 있음을 시사하면 충격을 받을 수 있으나 충격을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로 갈수록 내년에 대한 기대가 더 많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처럼 2년간 이런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있지만 어느덧 연준 금리 인상은 마무리된 상황이고 점차 금리 인하 시점을 재고 있는 긴축의 마지막 국면이라는 점은 분명 2022년이나 2023년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환율 수준을 가늠하는 데 있어 금리 인상 초반부였던 2022년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조금 결이 다른 측면이지만 3분기 말 이후 원화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인 요인도 3분기 이후 환율이 지금보다는 낮게 형성될 것으로 보는 추가적 요인이다. 대부분 수출 기업이 12월 결산법인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하반기 수출 비중이 높고 4분기 중 결산 관련한 원화 수요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환율이 불안할 때마다 나오는 불안감이다. 환율에 대한 의구심은 우리나라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아직 드러나있지 않지만,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에 대한 불안이다.

하지만 이전 자료들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 우리는 이런 불안한 시각이 ‘기우(杞憂)’라고 보고 있다. 지금 원·달러 환율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결과라기보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형성된 미 달러의 구조적인 강세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여러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에도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CDS스프레드(채권발행자의 신용도와 직결되는데 회사의 신용도가 낮아 위험부담이 클수록 이 수치는 올라감)는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급증한 대외 순자산과 이에 대비되는 낮은 단기외채비율 등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개선된 안정성이 기반이다. 게다가 올들어 큰 폭으로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 등도 설익은 위기론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지금 원·달러 환율에 일부 불편한 시각을 피력하는 견해도 있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위험 지표가 안정된 상황에서 다른 나라 통화들과 연동돼 움직이고 있는 지금 원화 환율은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수출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는 일본 엔화와 장기 추세가 약세로 전환된 중국 위안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홀로 두드러진 환율이 안정을 보이는 것보다 연동된 약세가 더 유리하다. 과거 시각으로 환율 움직임 만을 보고 펀더멘탈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