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갑작스럽게 고조되며 크게 휘둘렸던 금융시장이 조금은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과도한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요인도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관계자들의 발언 등으로 조금 완화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나 불안은 금융시장에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시장에 반영된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빅스텝’을 기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25% 정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대 폭이 연준 점도표나 모형보다 50~100bp 정도나 많이 형성돼 있다.

여전히 경기침체를 염두에 둔 기대로 해석된다. 그러면 전망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을까? 연준 금리에 대한 이런 기대나 특히 최근 크게 휘둘린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을까?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 흐름을 업데이트해 보면, 올해 상반기를 고비로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직 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

연초 이후 진행되던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상향 조정이 2분기 중 멈추고 3분기 들어 소폭 하향 조정되는 모습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침체와 거리가 있지만 올해보다 뚜렷하게 낮게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시간 순으로 반영하는 12개월 선행(Forward) 방식으로 컨센서스를 만들어보면 방향성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5월이나 6월을 정점으로 우리나라나 미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기대치 방향성이 하향 반전하기 시작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연초 1.3%에서 시작된 올해 성장률 기대치가 2/4분기 2.4%를 기록한 후 최근에는 2.3%로 조금 하락한 상황이다. 내년 성장률은 큰 변화 없이 1.7~1.8%를 유지 중이다.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가 하향 압력을 받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초과 저축이 소멸함에 따라 과열된 노동시장이 이전으로 되돌아가며 조정 받는 영향도 있고, 고금리 부담의 장기화에 따라 취약계층부터 소비 여력을 잠식해 가는 영향도 반영됐다.

중국 성장률에 대한 기대도 비슷한 흐름이다. 수출 회복이 본격화되며 올해 성장률 기대치가 중국 정부 목표치 5% 도달할 만큼 상향 조정되기도 했지만, 최근 소폭 하회하는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이며 내년 전망치는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출만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과 향후 교역 조건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부분도 있지만 7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20기 3차 전체회의 후 더 악화한 측면도 크다.

우리나라의 컨센서스 흐름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지난 5월 한국은행 전망치 발표 즈음해 2.5%로 상향된 올해 성장률 전망이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내년 전망치 컨센서스가 더 뚜렷하게 하향 조정되는 모습이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향후 수출 환경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내수 부진이 지금 우리 경제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는 것은 맞지만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된 게 없는 반면, 미국과 중국 경기의 방향 전환은 그대로 우리나라 성장률에 대한 우려로 반영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현재 발표된 경제지표들과 주요 예측기관들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변화를 토대로 보면, 최근까지 금융시장을 휩쓴 경기침체 우려는 과도하게 형성됐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투자 판단을 위한 메인 시나리오로 선택하기에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흐름의 방향성은 ‘추가 확장’보다는 ‘둔화’흐름으로 움직여 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과도한 공포에 휩쓸릴 필요는 없지만 경기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주식시장은 올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추세적인 약세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익보다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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