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는 흐름이다. 3월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돼 6회 정도 인하를 예상하던 시장 기대는 사그라들어 금리 인하 시점은 6월 이후로 미뤄졌고 예상 금리인하 횟수도 4번 정도로 줄었다.
특히,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나 연준 인사들이 거의 고려하거나 않았던 금리인상 카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애틀란타연방준비은행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국채담보레포)옵션가격으로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모형에 따르면, 금리 인상 확률은 8%를 넘어선다.
지난달 초와 비교해 보면 인하 확률은 줄고 인상 확률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미국 물가에 대해 매우 매파적인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금리 인상 확률을 15%로 제시하며 유의미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 금리에 대한 이런 기대 변화는 당연히 예상보다 뜨거운 미국 경기에 기인한다. 기대치를 상회하는 경제지표들이 발표되며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고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기울기는 더 완만해지는 흐름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에게 이런 전개는 낯설지 않다. 지난해 이맘때 우리가 경험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성장률과 연준 금리 정책에 대한 기대 그리고 미 연준의 전망치 변화 흐름을 그려보면, 지난 연말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보인다.
경기 침체를 당연시할 만큼 경기침체 확률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를 반영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는 크게 낮은 상황이었다. 이런 전망을 반영해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해 초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기대가 깨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지난해 3월 FOMC를 앞두고 연초 0.4% 수준이었던 경제성장률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는 1%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연준 금리인하 전망은 금리인상 전망으로 빠르게 대체된 것이다.
이후 실리콘벨리은행(SVB) 사태로 경제 전망치 상향이 주춤하고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4월 이후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지고 금리인상 폭에 대한 논쟁으로 바뀌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3월이나 늦어도 6월 FOMC 이전에 올해 기대했던 큰 폭의 금리인하 기대는 내년으로 이연될 가능성이 높고 올해 금리 인하 기대는 지난 연말 제시된 점도표(3회)보다 적은 폭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1%대 중반이 아닌 잠재성장률보다 약간 높은 2%를 넘길 가능성이 있고 연준도 빠르면 3월 FOMC, 늦어도 6월 FOMC에서는 전망치를 수정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미 경제 성장률이 이처럼 높아지는 배경은 초과 저축 소멸시점이 6개월 정도 이연됐고, 제조업 재고 조정이 마무리돼 투자지표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업실적과 가계소비 여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리스크로서 시장에 반영되고 잔존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난해처럼 주된 확률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유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금리 인상이 고려되려면 지난해(2.5%)보다 높은 성장률이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황을 다시 한번 복기해 보는 이유는 당시 팬데믹 국면에 따라 예측 변동성이 매우 높았고, 이로 인한 연준의 정책 스펙트럼도 기대 이상으로 넓었던 투자 환경이었다는 점을 현시점에서 상기할 필요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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