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여전히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최근 우리나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미국보다 조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최근 스위스에 이어 스웨덴이 금리 인하 언급하는 등 미국과 ‘탈동조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캐나다중앙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행에 대해선 조만간 추가 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 연준에 대한 탈동조화 기대가 높아지는 흐름이다. 우리나라 중앙은행도 미 연준과 탈동조화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까?

통화정책의 결정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류를 따라가기도 하지만 각자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만큼 나름의 사정을 당연히 반영한다. 올해 몇몇 국가들에서 탈동조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 흐름의 확산을 기대하기에 앞서 해당 국가에서 이 움직임이 발생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환율의 변동성이다. 올해부터 미국 달러 강세는 지속되고 있는데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국가들의 특징은 환율이 절상되었거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환율 절하 폭이 작은 국가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금리를 인하한 스위스나 멕시코는 코로나 이전 대비 환율이 절상된 국가들이다. 반면, 반대 방향의 통화정책 기대가 높은 일본의 경우는 지나치게 통화가 절하된 나라라는 특징이 있다.

환율 변화가 중앙은행 통화정책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당연히 물가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코로나 기간 높아진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지금은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자리를 잡은 모습이지만 디스인플레이션 속도는 나라마다 다르고 이 속도에 따라 통화정책의 속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 쪽으로 탈동조화하는 국가들은 당연히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을 억제함으로써 디플레이션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의 양과 물가를 되도록 현재의 선에서 안정시키려고 하는 경제 조정정책) 속도가 더 빨라서 연내 물가 목표치에 도달하거나 안착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다. 물가보다 직접적으로 설명력은 떨어지지만,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영향을 미친다.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규칙들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 통화정책과 탈동조화하기 어려운 국가에 해당된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환율이다. 우리 원화는 일본보다는 절하 폭이 낮지만, 올해 가장 많이 절하된 통화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부담도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은 미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변화(둔화) 폭이 상당히 완만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명시적인 물가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성장률은 다른 지역 대비 지난해보다 상향 폭이 큰 나라에 속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갑론을박은 향후 더 거세지겠지만 금리인하가 미 연준보다 앞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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