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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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FOMC를 통해 미 연준 금리 인하는 한발 더 가까워졌다. 발표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변화된 문구나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 의장의 언급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 것으로 본다.

2023년 초나 올해 초와 달리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이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확신이 부족함에도 경기 둔화나 침체 전망에 기인한 기대였다면, 지금은 미국 물가지표가 목표보다 높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는데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된 상황이다.

9월을 포함해 올해 연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문제는 연준 금리 인하 속도와 기울기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빠르고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연준 통화정책회의는 3번 남았는데 올해 3번 금리 인하 확률은 70%를 넘기고 있다. 또한, 향후 1년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주된 기대는 150bp(최대 200bp) 수준이다.

이는 매우 극적인 금리 인하를 시장이 기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파른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채권 트레이더들의 낙관적 편향도 있겠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을 금리 인하 명분으로 끌어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2년 시장에서 장단기금리차 역전을 주목했던 것처럼 최근 실업률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샴의 법칙’ 인용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지표들이 팬데믹 이전에는 잘 맞는 지표였지만 팬데믹 이후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최근 샴의 법칙이 회자되고 있는데 그것은 법칙이라기보다는 통계적 규칙성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미 수익률 곡선 역전과 같이 법칙으로 보이는 것들이 어긋나는 것을 (이미) 봐왔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기 둔화가 경기침체로 연결되는 고리는 신용위험의 현실화라고 볼 수 있는데 최근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나 금융스트레스 지수 등은 안정적인 흐름이다. 특별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나 내년 신용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 경제는 점차 둔화 국면에 들어간다고 해도 급격한 냉각보다는 천천히 열기를 식혀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속도 역시 이에 맞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향후 연준의 통화 정책 강도가 시장 기대보다 약할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을 전망하는 데 있어 상방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통화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연준에서 작성하는 전망 리스크(Outlook at Risk)지표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가 점차 둔화되는 쪽으로 전망 기류가 모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는 어떤 기울기로 이루어질까? 그리고 시장 기대와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당연히 향후 경제 여건과 지표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전망이겠지만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연준의 시각이다.

연준이 발표하는 점도표나 여러 경제 모형을 통한 결과치 등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연준이 생각하는 올해 말과 내년 말 기준 금리는 5.15%와 3.9~4.1% 정도 수준이다. 시장에서 형성된 기대보다 올해 말은 25bp, 내년 말은 50bp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시장참여자들보다 훨씬 완만한 금리 인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리 인하가 시작될 시점에 가까워졌음은 분명하지만 금리 인하 속도와 기울기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전선이 금리인하 시작 시점에서 금리인하 속도와 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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