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연초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기에 대한 기대는 반등하는 양상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연말 2600포인트대에서 최근 2400포인트대로 하락했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는 2%에서 2.2%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1.4%였음을 고려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기는 비교적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실물지표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1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증가율이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긍정적인 시선이 모이는 곳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부문의 반등 신호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과 출하는 전월보다 각각 8.5%와 33.6% 증가했지만, 재고는 20.9%가 감소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 상반기를 바닥으로 해서 점진적인 회복추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기 회복 기조에도 회복의 추세를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 기대로 쉽게 연결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기대만큼 실제 좋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회복 과정에 맞닥뜨릴 불확실성 그리고 수치로 회복된 것만큼 체감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시장 컨센서스인 2.2% 수준을 달성할지에 대한 의문과, 여전히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징과 주요 교역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경기의 흐름이다. 두 국가는 우리나라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과거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합한 흐름은 우리나라 성장궤도와 거의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2.5% 정도 성장했던 미국 경제는 올해 1%대 중반 정도에 성장 전망이 형성돼 있고 5.3%를 성장했던 중국경제는 올해 4%대 초중반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보다 경기 둔화가 먼저 진행됨으로써 재고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은 우리 경제의 순환적인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주요 교역국의 성장 둔화 측면에서 본다면 한편으로는 반등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교역국 경제, 미국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경제는 연초 0.4% 성장이 예상됐지만 12월 들어 성장 전망이 2022년보다 높은 2.5%까지 큰 폭으로 상승할 만큼 예측 오류가 커졌다. 경제외적인 불안요인도 커졌지만, 팬데믹 국면에서 대량의 양적완화 등으로 경제 내적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환경이 조성됐다.

단순한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불확실성보다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내수 위축이 심화됨에 따라 경기 반등 국면임에도 체감경기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지표들은 이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산업활동동향에서 수출 중심의 제조업지표는 지난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서비스업지표나 도소매 판매 증가율 등 내수지표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폭이 커지는 흐름이다.

올해 내수 부문이 수출 부문보다 불안과 둔화 우려가 큰 것은 우선 고금리로 인한 여러 파열음과 위축이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규모 부도 형태로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취약한 부분인 자영업 등을 통해 지엽적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보다 실질적인 부담이 되는 것은 지속해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조임으로써 소비나 부동산투자 등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과, 높아진 이자 부담 비용 역시 소비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외에도 총선이라는 큰 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쟁이나 사회적 갈등 격화, 선심성 정책의 남발에 따른 성급한 기대와 실망, 정부 정책의 일관성 훼손 가능성 등 여러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2024년 경제환경에 대한 전망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경제성장률은 반등하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흐름은 주식시장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 반등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수출 제조업이 대부분을 담당할 뿐 무수히 많은 내수 기업들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안좋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주식시장에도 반영돼 소수의 대형주가 주가지수 반등을 이끌 수도 있겠지만 다수 기업의 주가는 지수 움직임과는 별개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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