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측 885억 자금조달 설계...1주당 인수가 ‘941원’
지피씨알 창업자가 하이트론 인수세력...현금 ‘제자리’ 규모는
총주식수 4.4배로 불어나...주가희석 vs 신약대박 '무게추' 향방 주목

유가증권 상장사 하이트론 인수(M&A)에 참여한 투자세력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 조달을 설계하면서 회사 주가가 치솟고 있다. 하이트론에 유입된 막대한 자금은 인수세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약개발 기업 지피씨알 인수에 투입된다.

금번 M&A 설계의 중계처가 된 하이트론은 막대한 규모의 주가희석을 겪게 될 전망이다. 총주식수가 4~5배 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피씨알 신약 대박을 통해 상응하는 기업가치의 상승을 이끌어냄으로써 주가희석을 상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기업 하이트론은 이달에만 약 885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공시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신약개발 기업인 지피씨알 인수다. 지피씨알은 하이트론의 인수대상기업이면서, 동시에 하이트론 인수에 참여한 주요 투자자 신동승, 허원기씨가 창업자로 자리한 핵심 이해관계 기업이다. 

하이트론의 자금조달 조달계획을 살펴보면 ▲25~27회차 전환사채(CB) 합계 300억원 ▲28~29회차 영구CB 530억원 ▲3자배정 유상증자 45억원 ▲소액공모 10억원 등이다. 이는 하이트론 주식양수도 계약과 더불어, 인수 세력에 의해 설계된 자금조달이다.

하이트론 인수측은 100억원 규모의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기존 최대주주 유수로부터 500만주를 취득한 이후, 885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신주 인수 및 사채 취득 방식으로 저렴하게 확보하게 된다.

주식양수도방식의 1주당 인수가액은 2000원에 달하지만, 25~27회차 CB의 전환가액은 901원 수준이다. 인수세력의 일각을 구성하고 있는 지피씨알의 창업자 신동승 씨는 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셀프 배정해 발행가액 831원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28~29회차 영구채 CB의 전환가액은 961원이다. 지피씨알의 창업자 신동승, 허원기씨는 28회차 영구채 CB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하이트론은 외부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받게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당 자금 대부분을 투자세력과 밀접한 지피씨알에 납입하게 되는 구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무자본 M&A 개념이 다소 애매해 유사한 형태라고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피씨알과 투자자측의 관계에 따라서는 사실상 투자자 측의 현금 유출이 일부 발생하지 않는 형태의 M&A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며 “핵심은 주가변동에 예민한 상장기업이 자금흐름의 중계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이트론 주가는 전거래일(9일)과 이날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2거래일전(6일) 종가가 954원에 불과했으나 이날에는 1612원에 장을 마감했다. 영구채 CB 발행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구채 CB의 경우 투자자 측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주식으로의 전환이 확실시 된다.

문제는 막대한 규모의 주가희석과 발행가-시가간 괴리다. 885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이 현재의 공시 조건으로 마무리될 경우 9398만4574주의 신주가 발생한다. 이는 하이트론의 현주식총수(2761만1224주) 대비 340%에 달하는 규모다. 희석분 반영시 총주식수가 4.4배로 불어나는 셈이다.

아울러 발행(전환)신주의 인수단가는 1주당 941원에 불과하다. 2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현재 시가 1612원을 기준으로 보면 약 42% 수준의 할인율이 적용된 헐값에 해당한다. 통상적인 기업이 40% 수준의 할인율로 자금조달을 단행할 경우, 기업 시가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가희석에 대한 우려가 커져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 측의 자금조달 일정은 올해 3분기~내년2분기까지 걸쳐 있다”며 “변동한 시가를 반영해 향후 발행가액 역시 조정될 수 있겠지만, 당장 치솟은 주가가 투자자 측이 산정한 최초 발행가와 괴리가 너무 커지면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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