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비만치료제 위고비, 10월 한국 출시
일동제약, GLP-1 유사체 먹는 비만약 연구
2030년 상용화 전망…기술수출 노릴 듯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전 세계를 강타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다음달 한국에 출시한다. 타 비만치료제에 비해 위고비가 후유증이 적다는 입소문이 나고 있어 국내에 출시되면 비만 치료제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 예고되면서 같은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그중에서 일동제약이 먹는 비만약 개발에 나서고 있어 위고비 출시에도 불구하고 개발 전략이 현행처럼 유지될지 주목된다.

노보노디스크제약(한국 노보 노디스크)은 자사 비만치료제 ‘위고비 프리필드펜(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을 10월 중순 한국에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출시되는 제품은 약물이 사전에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0.25~2.4mg 5개 용량 모두 출시된다.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1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30kg/㎡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관리를 위한 보조제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과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만큼 인슐린 분비 조절을 통해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하게 돕는다.

위고비 이전에는 삭센다가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같은 기전을 보이나 투약 편의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1주일에 1회만 주사하면 된다.

전세계를 강타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다음달 한국에 출시한다. 사진=연합뉴스
전세계를 강타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다음달 한국에 출시한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삭센다가 국내 비만약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편의성이 커진 위고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후속주자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위고비와 삭센다의 흥행에 힘입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중에서도 일동제약은 국내 임상 1상에 착수하며 국내 제약사 중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에서 선두에 섰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비만·당뇨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 1상에 지난달 착수했다. 이미 유노비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ID110521156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유노비아는 지난해 11월 일동제약의 연구·개발(R&D) 부문이 분할돼 출범한 회사다.

일동제약은 비만·당뇨약 후보물질을 구강형, 즉 먹는 형태로 개발 중이다. 위고비가 높아진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1주일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일동제약은 투약 편의성을 더 높인 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또 일동제약의 비만·당뇨약 후보물질은 저분자화합물 경구용 GLP-1 제제라는 점이 주목된다.위고비 등 펩타이드 기반의 약물은 개발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경구용 합성의약품은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동제약 측은 질환 동물모델을 이용한 효능평가와 독성평가에서 인슐린 분비 및 혈당 조절과 관련해 유의적인 유효성과 안전성 등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물질특허 취득을 완료했다.

다만 임상 1상을 이제 시작한 상황에서 일동제약의 비만·당뇨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시점은 빨라야 2030년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위고비가 한국 시장에 출시해 비만치료제 시장을 장악한다면 일동제약 후보물질의 국내 경쟁력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일동제약 측은 비만·당뇨약 후보물질의 최종 상용화 시점을 오는 2030년경으로 보고 임상 단계에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가치를 높여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을 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비만·당뇨약 후보물질이 높은 금액으로 기술수출된다면 개발 단계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획득할 수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삭센다를 값싸게 처방하는 병원이 여럿 있고 위고비 출시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일동제약이 노보노디스크와 경쟁하기는 어렵겠지만 유한양행의 렉라자 사례처럼 기술 수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