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일본서 승인…국내는 대기
엔데믹 시대에 코로나19 치료제 수요 급감
‘8조원 규모’ 폐섬유증 치료제 복제약 개발 속도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국내 제약사들이 백신,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포기한 업체가 대다수다. 이가운데 일동제약은 2022년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정’(일본 제품명 조코바)가 일본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팬데믹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시기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이에 일동제약은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성분명 닌테다닙) 복제약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개발 전략을 새롭게 다듬는 모습이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자사가 개발한 ‘일동닌테다닙’과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성분명 닌테다닙)를 비교해 생물학적 동등성을 평가하는 생동성시험을 완료했다.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연구로 오는 10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일동닌테다닙의 적용 대상 질환명(적응증)은 ▲특발성폐섬유증의 치료 ▲전신경화증 연관 간질성 폐질환 환자의 폐 기능 감소 지연 ▲진행성 표현형을 나타내는 만성 섬유성 간질성 폐질환의 치료 등이다.

특발성폐섬유증은 뚜렷한 원인 없이 폐포 벽이 딱딱하게 굳어져 폐 기능이 저하되는 만성 폐질환이다. 신체 주요 장기로 공급되는 산소 양이 줄어들며 서서히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인구 10만명당 3~5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여 희귀질환에 속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해 2021년 1만8000여명에서 2022년 환자수가 2만1000여명을 넘어섰다.

오페브는 폐섬유증 발생 기전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수용체들을 타깃하는 치료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중 하나다. 지난해 오페브 매출은 35억 유로(약 5조1500억원) 규모이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서는 폐섬유증 2030 시장 규모는 약 61억 달러(한화 약 8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오페브가 급여로 인정받지 못해 약값은 한 달 동안 200만~300만원에 달해 환자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가운데 오페브는 2025년 1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국내 제약사들은 오페브의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에 일동제약은 오페브 특허 만료에 맞춰 일동 닌테다닙을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일동 닌테다닙 등 제너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약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급여로 인정받게 된다면 약가는 더욱 낮아진다. 시장 규모 자체가 커 지속적인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일동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정’(일본 제품명 조코바). 사진=시오노기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일동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정’(일본 제품명 조코바). 사진=시오노기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듯 일동제약의 사업전략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일동제약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일동제약과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공동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는 2022년 일본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 사용되다 지난해 5월부터는 정식 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았다. 올해 3월에는 정식 승인을 획득했다. 이로써 조코바는 일본에서 정식 허가를 획득한 첫 번째 코로나19 치료제가 됐다.

이 때문에 일동제약의 주가는 2022년 4월에 7만원대를 돌파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코바의 국내 허가가 늦어지면서 주가는 크게 하락해 최근 들어 1만원대 중반대에 위했다. 게다가 조코바의 성공적 개발에도 불구하고 엔데믹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호재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당초 일동제약은 지난해 1월 식약처에 조코바의 수입 품목허가를 신청해 절차를 진행하다 조코바 기술 이전과 시험 생산을 마치면서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말에서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코바의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한국 정부도 조코바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긴급사용승인 요청 및 정부구매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결정하며 국내 도입을 서두르지 않을 정도였다.

일동제약은 조코바 개발에 매진하면서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을 대폭 늘렸다. 2020년 기준 연구개발 비용은 602억원으로 ▲2021년 956억원 ▲2022년 1099억원 ▲20223년 974억원으로 커졌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20%를 육박할 정도다.

조코바가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게 됐다면 연구개발 비용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코바 출시와 엔데믹 전환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높은 연구개발 비용은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일동제약은 지난해 20% 수준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고 지난해 11월에는 R&D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유노비아를 신설했다. 높은 비용이 지출되는 R&D 사업부를 떼어내 재무 건전성 자체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동제약이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은 유노비아가 이어가면서 신약개발 수익은 낼 수 있다.

즉 일동제약이 사활을 걸고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그 결과 재무 건전성을 약화시켰다는 의미다. 이에 일동제약은 폐섬유증 치료제 복제약 개발 등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해 실적 반등에 나선 모습이다.

일동제약은 2020년 4분기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미비한 수준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에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하며 실적이 악화됐다”며 “다만 신약개발이 성공하더라도 상업화까지 이뤄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일동제약은 다른 사업 전략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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