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과거 2011년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임원진과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과거 2011년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임원진과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은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정도라 평가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은 제각각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을 ▲실적 ▲조직 ▲내부통제 ▲디지털 ▲글로벌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편집자 주)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경영했던 김용범‧최희문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원메리츠’를 완성시켰다. 기업이 무리한 성장보다 내실이 탄탄한 안정있는 성장을 지속하길 바란다는 마음에서였다. 

조 회장의 경영 의지를 승계한 메리츠금융은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는 개선과 시스템 강화에 최우선 방점을 뒀고, 디지털 혁신이나 글로벌 진출 같은 신사업 영역은 비교적 힘을 빼는 양상이다.

특히, 신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보여주기식 방만한 운영은 철저히 지양했다. 고객 가치 증진과 회사의 견실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 성장을 그려나가겠단 방침이다. 

◆ 내부통제 ‘골칫덩이’ 메리츠증권, 올해 리스크관리 ‘사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내부통제 부실 리스크가 터진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의 발목을 잡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이에 메리츠금융의 내부통제 개선‧강화 움직임도 메리츠증권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5월 이화그룹 계열 3사(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주식 거래정지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화전기 지분 전량을 매도, 100억원대 부당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현직 임직원들이 직무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전환사채(CB) 투자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전직 임직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수·증재 혐의를 받는다. 2014년 10월~2017년 9월 직무상 알게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 알선 청탁과 대가를 주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적발된 것이다. 영장은 기각됐지만, 불구속 상태로 추가 수사 및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전방위적 리스크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가운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의 중심이던 메리츠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이사회 안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지난 3일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다. 통상 내년 연초 최초 주주총회일 전까지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도 되지만, 메리츠증권은 내부통제 부실 논란을 끊어내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효율적인 내부통제 관리를 위해 IB사업본부를 통합 신설, 기존 3개 영역으로 구분했던 기업금융, 부동산금융, PF 등 사업영역을 한 군데로 모았다. 또 올 연초에는 과거 메리츠화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지낸 장원재 사장을 메리츠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 ‘원메리츠’ 넥스트 ‘디지털화’…화재, 10년 숙원사업 ‘본궤도’

메리츠금융의 ‘원메리츠’는 전문경영인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의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순항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10년 가까이 추진했던 ‘디지털전환(DT)’가 본격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로서 경영을 이끌던 2015년부터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당시 김 부회장은 데이터사이언스 조직을 별도로 꾸리고, 2021년 디지털전환팀을 신설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 기반 대고객 음성봇 서비스 및 디지털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후임으로 온 김중현 신임 대표는 2015년 영입된 핵심 인재로, 김 부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경험이 있다. 자연스레 김 부회장의 ‘디지털전환’ 의지를 이어받아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선뵐 것이란 기대감이 더해진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말, 정보기술(IT)과 디지털 등을 담당하던 정보보호본부를 조직의 관리를 총괄 담당하는 경영지원실 산하로 편제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이는 IT부서를 독립적인 부서로 떼어내거나 태스크포스(TF)팀으로 승격시켜 별도 관리하는 증권업계 추세와는 반대되는 행보여서 의아하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 해외 진출엔 ‘소극적’…외형 확장보다 ‘내실경영’ 추구

메리츠금융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 ‘소극적’이다. 주력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는 과거 선제적으로 진출했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법인 한 곳을 제외하고 해외법인을 갖고 있지 않다. 메리츠증권 또한 해외법인이나 해외사무소, 현지 지점 등이 ‘전무’하다. 

주도한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국내 금융주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각광받는 상황에서도 해외 진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시중금융그룹과 지방금융그룹 등은 올 상반기 앞다퉈 선진 금융국가에서 현지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밸류업으로 국내 금융그룹에 대한 투자 기대감이 상승된 기류를 타고 주가를 부양하고 해외 투자 유치 확장을 위해서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내실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원메리츠’를 추구한 조 회장의 경영철학이 기반된 방향성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2022년 포괄적 주신 교환으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원메리츠’ 시대를 열었다. 조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을 줄이는 희생을 지불하고, 메리츠금융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강화시키는 기반을 다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표 내실경영’ 의지가 돋보인 행보였다는 평가가 더해진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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