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DGB금융그룹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DGB금융그룹

국내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은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정도라 평가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은 제각각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을 ▲실적 ▲조직 ▲내부통제 ▲디지털 ▲글로벌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편집자 주)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은행장 시절 ‘증권계좌 불법개설’로 금융당국 징계를 받으면서 시중은행 전환에 발목잡혔다. 이를 계기로 내부통제 관련 지적이 나오자 올해 내부통제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조직을 재편하고, 임직원에 정도경영 가치관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금융을 표방해 지방은행의 강점과 인터넷은행의 선진성을 접목시킨 새로운 하이브리드형 금융을 경쟁력으로 앞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DGB금융과 대구은행 등 주요 자회사를 브랜딩하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와 미국 등 해외 IR을 돌며 영토 확장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 ‘증권계좌 불법개설’에 내부통제 ‘적신호’…제도 고도화 집중

황 회장은 DGB대구은행장 시절부터 내부통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해 8월 25일 당시 은행장이던 황 회장은 이사회 하부 위원회로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선진화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내부통제혁신위원회는 내부통제시스템 방침‧전략 수립 등 운영 방향을 점검하고, 금융사고 예방 및 정도경영 등 임직원 내부통제 의식 제고를 위해 마련됐다. 

다만, 시중은행 전환 전인 올해 초 대구은행 임직원이 무단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했던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업무 3개월 정지와 과태료 20억원의 기관제재를 처분받았다. 

대구은행 임직원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고객 동의 없이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했다. 이를 계기로 DGB금융의 내부통제시스템을 불신하는 시선이 생겼다.

이에 황 회장은 재차 내부통제 고도화에 집중했다. 올해 1월 ‘DGB 3不3行’라는 내부통제 관련 핵심가치를 선정하고 대구은행 내에 ‘내부통제전담팀장’ 제도를 도입, 지역본부별 내부통제를 세분화시켰다.

또한, 그는 회장직에 오른 이후 첫 공식 업무회의가 진행된 3월 29일, 내부통제위원회를 격상하며 ‘온정주의를 벗어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올해 준법감시인 신규 선임, 전문화 시스템 도입을 진행해 고도화된 내부통제 제도 안착에 집중했다. 

이달 3일부터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됨에 따라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역시 준비 중이다. 

◆ ‘디지털’ 강화해 지방銀+인터넷銀 ‘하이브리드 뱅크’ 도전

황 회장은 은행장 시절부터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디지털’에 주목했다. 대구은행을 이끌 당시엔 시중은행 전환 이후 경쟁력을 구상하며 ‘준 인터넷전문은행’ 전략을 제시했다. 이른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강점을 합친 새로운 하이브리드 뱅크’ 전략이다. 

이는 지방은행의 강점은 살리면서, 디지털 부문을 강화해 비대면 등으로 고객 접근성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57년간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해 시중은행 전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처럼 대면 점포를 통해 다른 지역에 진출해야 한다면 시중은행 전환이 어려웠을 것이지만, 오늘날은 디지털 금융 시대”라며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수도권 점포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대면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를 극복하는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 인터뷰에선 위 경영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대구에 있는 디지털본부와 IMBANK전략부를 두달 내 서울 이전하고, 조직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내부 디지털 조직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은행인 대구은행에 디지털본부를 더해 하나의 별도 은행처럼 만들겠다”는 것이 황 회장의 의중이다. 

◆ ‘밸류업’ 업고…해외서 ‘시중은행 전환’ 경쟁력 확대

황 회장은 최근 미국 전역을 돌며 해외 현지의 투자설명회(IR)을 개최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제고) 프로그램으로 국내 금융주가 상승 주목을 받는 가운데, DGB금융의 주가 부양 및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를 넓히기 위한 행보다.

이는 황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의 중장기 전략 추진과제로 꼽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첫 행보이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iM뱅크의 출범 이후 진행한 첫 해외 IR 일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DGB금융은 시중은행 전환 성공에 따른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을 어필해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동남아 시장 외에 미국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선회한 모습이다. 

앞서 대구은행장 시절 황 회장은 미얀마‧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성장기반을 다졌다. 현지 진출 기업과 교류를 늘리고 협업 관계를 쌓는가 하면 800여명이 넘는 현지 인력들을 채용하는 등의 방식을 택했다.

황 회장은 “동남아 시장은 여전히 6~7% 대의 높은 성장이 가능한 곳”이라며 “DGB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현지 금융기관 및 외국계 진출기관과의 경쟁 속에도 건실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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