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JB금융지주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JB금융지주

국내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은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정도라 평가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은 제각각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을 ▲실적 ▲조직 ▲내부통제 ▲디지털 ▲글로벌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편집자 주) 

김기홍표 강소금융그룹 골자는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다. 이는 2019년 취임 당시부터 이어진 경영 기조이며, JB금융은 올해 이를 더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지속하려는 방향을 꾀하고 있다. 

유일하게 경영 전략이 달라진 분야로 '디지털'을 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빅데이터, 마이데이터 등 사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 금융, 디지털 전환에 접근했다. 이를 달성한 이후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사 금융 계열사와 상품 연계가 가능한 채널 확대에 집중했다. 지난해부터는 핀테크사와 협업 관계를 통해 디지털 금융 생태계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다.

JB금융그룹은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여기에 ▲프놈펜상업은행(PPCBank) ▲JB캐피탈 미얀마 ▲JB증권 베트남 ▲JB 프놈펜자산운용을 손자회사로 둔 종합금융그룹이다.

◆ 얼라인 추천 인사, JB금융 이사회 입성 '파격 행보'

“올해 최우선 과제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다”, “다양한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변동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상황별 대응 전략이 시의적절하게 시행되도록 하겠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 이를 선진화하겠다.”

올해 1분기 말 열린 JB금융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이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에 대해 한 발언이다. 본래 김 회장이 그리던 강소금융그룹은 리스크관리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리스크관리 부서는 철저한 리스크 분석과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조기경보자(Early Warners)로서 역할에 충실해 줄것을 당부드린다”는 전언과 함께 전 임직원에게 투명경영과 직업윤리를 의사결정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줄 것을 강조했다. 

유독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강조하는 배경은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강화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JB금융의 주주총회 일주일여 전인 지난 3월 19일, 지방지주 회장·은행장 간담회 자리에서 “지방금융지주와 지방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기준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경영진이 점검하고 관심을 보여야 한다”며 “지방금융지주와 지방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JB금융은 내부통제 일환으로 지배구조에 나섰다. 우선, 6개월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한 주주라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 후보 주주추천 제도’를 수립했다. 이에 JB금융은 행동주의펀드로 알려진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추천과 제안을 수용하고 JB금융 이사회 구성에 반영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행동주의펀드 추천 인사가 선임된 것은 처음이라 금융업권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 디지털 강화 투트랙…1기 '데이터', 2기 핀테크사 '협업'

김 회장의 디지털 금융은 크게 1기와 2기로 나뉜다. 1기는 데이터 사업 고도화, 2기는 핀테크사와의 협업을 통한 저변 확대다. 이러한 투트랙 전략을 통해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키워가겠단 구상이다. 

첫 취임 당시 “투자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던 김 회장은 2021년 11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계열사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그룹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허브(Data Hub)’를 구축했다. JB금융은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고객 데이터 분석 업무가 최대 56배 빨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해 하반기에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제고시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JB금융은 금융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뛰어들었다. JB금융 주요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2021년 7월 중순께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방은행권 최초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 사업을 최종 승인받았다. 

인가 획득 이후 JB금융은 전북은행을 통해 지역화폐와 마이데이터를 결합해 고객에게 지역상권의 최적 혜택을 소개하고 충전과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등 지역 밀착형 마이데이터 신규 서비스를 공개했다. 광주은행을 통해서는 현금·계좌, 투자, 대출, 소비, 보험, 연금 등 6개 항목의 다른 금융회사 자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곳에 모은 스마트뱅킹 앱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해부터는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JB금융은 투자 혹한기에도 대출 중개·관리 핀테크 기업인 핀다에 지분 15%를 확보에 나섰다. 이는 대출중개 제휴 금융기관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 채널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디지털 금융시대에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서로 상생해야 할 파트너”라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JB금융그룹은 플랫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고, 앞으로 JB금융그룹의 금융 노하우와 핀다의 핀테크 기술이 융합된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사업 활로 '신남방' 타겟팅…M&A 기반 현지와 비결

김 회장은 지방금융 성장 한계를 극복할 카드로 해외 사업을 꼽았다. 그는 2019년 3월 회장직에 오른 직후부터 투자부문 전문가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현지의 유망회사와의 인수·합병(M&A)을 강력히 추진하며 일찍이 캄보디아·베트남·미얀마 등 신남방 시장 진출의 기초를 닦았다. 

JB금융은 2019년 12월 글로벌 금융회사 모건스탠리가 보유했던 베트남 증권사 모건스탠리 게이트웨이 증권사(MSGS)를 약 195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M&A를 통해 사들인 MSGS를 2023년 8월 JB증권 베트남(JB Securities Vietnam, JBSV)으로 사명 변경하고 광주은행 자회사로 편입시켜 공식 출범시켰다. 이밖에 2017년 3월 미얀마에서 현지 농촌지역 소액대출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JB 캐피탈 미얀마(Capital Myanmar) 등도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6년 전북은행을 통해 인수한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도 안정적인 해외 수익을 견인했다. JB금융에 따르면 프놈펜상업은행은 현지 특성을 반영한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를 필두로 현지 진출 한국계 은행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40억원이며 이는 전년(297억원) 대비 14.8% 증가한 수치다. 

김 회장 체제의 JB금융은 당분간 신남방 시장의 활로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해외 사업 확장은 그룹 전체 성장세에 맞물리는 탁월한 전략으로 앞으로도 성공적 M&A를 추진하고 질적 성장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외에 진출하지 않은 신남방 시장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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