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3월 24일 제2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3월 24일 제2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국내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은 정해진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는 입장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정도라 평가에 민감하다. 하지만 사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은 제각각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 리더십을 ▲실적 ▲조직 ▲내부통제 ▲디지털 ▲글로벌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편집자 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때부터 디지털과 글로벌 부문의 역량 강화를 주요 경영 키워드로 삼았다.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디지털 분야 신사업과 선진 금융시장에 진출하며 사업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다만,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의 취임 때부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금융권 최대 횡령에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연루되는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사고 재발 방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후계 구도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회장 장남 김도윤 대리는 지난해 7월 5만2739주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법인으로 발령나기 전까지 하루에 1만주 이상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했다.

◆ 내부통제‧리스크관리 강조 불구…환매중단‧횡령 금융사고 지속 발생

“맥쿼리그룹은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면서, 동시에 한 번도 적자난 적이 없고 리스크관리 잘했다. 대단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누렸다는 점에서 최고의 금융그룹이라 생각하고 이러한 능력을 쫓아가고 싶다”

김 회장이 지난해 9월 대학가를 돌며 진행한 채용설명회에서 한 발언이다. 취임 때부터 리스크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는 올해 1분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체제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취임 첫해부터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와 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엔 한국투자증권 파생상품 담당 직원이 BNK경남은행의 3000억원대 대규모 횡령사고에 공모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지적이 제기됐다. 

김 회장이 임기 내내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내비췄지만, 정작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나아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이상의 중징계가 많은 증권사 톱(Top)3에 오르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금융감독원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내부감사 결과’ 분석 결과, 2021년부터 2023년 9월 말까지 한국투자증권에 중징계가 내려진 조치는 총 97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KB증권(110건), 신한투자증권(98건)에 이어 세 번째로 중징계 처분이 많았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되며,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 “디지털혁신, 생존과 직결”…STO 신시장 개척, 디지털금융 선도

김 회장은 올해 그룹의 중장기적 플랜 중 하나로 ‘디지털 혁신’을 꼽았다. 김 회장은 지난 1분기 정기주주총회 인사말에서 “그룹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금융을 선도하겠단 그의 포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회장이 변화보다 안정경영을 택하면서 주력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을 맡긴 경영인, 정일문 사장도 수년째 ▲글로벌 ▲디지털 ▲위험관리를 세 요소를 주요 경영 키워드로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은 한국투자증권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미래를 위한 디지털 기반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부문 신사업에 공식적으로 진출하고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등 조직을 구성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STO 협의체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하며 토큰증권 사업 출발의 신호탄을 쐈다. 이는 당해 2월 금융위원회가 STO 발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발행‧유통 등 제도화 움직임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선제적 움직임으로 보인다. 

또 당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즌에는 토큰증권(STO)과 정보기술(IT) 부문 및 경력자 중심의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본사영업인 ▲투자은행(IB)와 법인영업 ▲Trading·채권 ▲파생결합증권 마케팅 ▲세일즈 ▲기획 ▲트레이딩·고빈도주식거래(High Frequency Trading)운용 ▲시스템 개발 부문의 직원을 모집했다. 

◆ 글로벌 금융중심지 ‘미국’에 깃발…장남 김동윤도 미국행 나서

글로벌 증시 불황 속에서도 한국금융지주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일찍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국가와 싱가포르, 홍콩, 뉴욕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중심지를 두드리며 사업 기반을 구축해둔 것이 수익성 방어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김 회장은 해외각지를 돌며 한국금융그룹의 해외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주요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지는 미국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진국 시장의 진출 의지를 드러내며 스티펄 파이낸셜, 칼라일그룹, 앵커리지캐피털 등 글로벌 금융사들과의 협력에 나섰다. 

그 결과, 미국 내 IB법인과 베트남‧홍콩 등 해외법인의 순이익 증가를 이뤘다. 한국투자증권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법인 연간 순이익은 ▲미국 IB법인 93억원 ▲베트남법인 261억원 ▲홍콩법인 370억원 등이다. 지난 1분기에도 이들 법인은 각각 43억원, 82억원, 6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더불어 미국 종합금융사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과 합작한 ‘SF 크레딧 파트너스’로 현지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결과를 냈다. 칼라일 그룹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 IB 딜소싱 채널 확장 및 글로벌 금융상품 공급을 도모했다. 

후계구도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장남 김도윤 한국투자증권 대리도 경영전략실을 떠나 미국행을 선택해 글로벌 사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 대리는 지난해부터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지분율을 늘리는 동시에, 실무 부서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미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력하는 경영 방향성이 글로벌 확장인 만큼, 이에 대한 식견을 미리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나아가 주력 글로벌 금융사와의 협력에 적극 나서 글로벌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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