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관계자 "상품 판매 창구와 인력 전문성 강화"

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 발생 1년을 앞둔 가운데, 우리은행이 여전히 ELS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우리투자증권의 출범으로 은행 외 파생상품 판매 채널을 확보했음에도 우리은행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증권사 손에 넣었는데”…우리銀, 브로커리지 지속 방침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앞서 1일 우리투자증권의 출범을 선포했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 신호탄을 알린 것이다. 

이처럼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따라 ‘증권사가 없어 은행에서 파생상품(ELS‧ELT‧ELF‧DLS‧DLT‧DLF)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이 가운데 ELS 판매 중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은행 창구를 통한 ELS 판매를 지속하겠단 의사를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1~2월 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ELS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ELS 판매액이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들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지수) ELS를 판매 중이다.

심기우 우리투자증권 리테일부문 부사장은 5일 첫 기자간담회 당시 “기존엔 증권사가 없어 우리은행 창구를 통해 홍콩 ELS 같은 금융상품이 판매됐는데,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따른 변화된 계획이 있나”라는 파이낸셜투데이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심 부사장은 “(ELS 같은)자산은 금융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 손실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단독으로 판매 역할만 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전달이 잘 안된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증권과 은행이 잘 결합된다면, 증권 쪽에서 (상품을)선별해 고객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에 ELS 상품을 위탁판매하는 시스템은 유지하고, 우리투자증권 측에선 상품 선별에 신경쓰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말 경쟁 시중은행이 앞다퉈 ELS 판매 중단을 결단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전부터 ELS 판매창구를 프라이빗뱅커(PB) 창구로만 제한하고, 판매 인력도 필수 자격증을 보유하고 판매 경력이 풍부한 직원으로 한정하는 등 상품 판매 창구와 인력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하고 있고, 현재 금융당국이 투자상품 관련 개선 방안을 검토 중으로, 결과가 도출되면 이에 맞춰 판매 정책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선택권 vs 소비자 보호…시장‧업계의 두 가지 시선

은행업권과 시장에선 우리은행의 ELS 판매 지속 방침을 두고 두 가지 시선으로 나뉜다. 하나는 ‘금융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ELS 판매를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손실사태를 야기한 만큼 도의적 차원에서 ELS 판매를 중단하자’는 견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ELS 상품 자체로서 문제가 있는 상품이 아니고, 추종 지수의 하락과 상승 모멘텀의 분석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다양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판매 중단이 필수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융사고 때마다 해당 금융상품 취급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 되레 근본적인 해결을 지연시키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은 아예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금융투자상품은 취급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름만 다르고 (ELS와) 비슷한 성격의 투자 상품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유사한 양상의 금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교수는 “대형 금융사고 때마다 가장 손쉬운 해법은 상품을 없애자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금융사고에 대처했다”며 “DLF 처럼 ELS 역시 판매를 중단했지만, 진일보된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불완전판매나 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해 사후 적발해 제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내부통제 부실, 불완전판매 요소를 점검하고, 문제 상품을 판매한 것에 도의적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는 견해다. 이어 “괜히 다른 은행들이 ELS 판매를 중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 예‧적금을 생각하고 오는 고객이 많은 만큼, 고금리 절판 마케팅 등 은행의 신탁 판매 방식에 대한 개선 방향도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은행의 현 행보는 이러한 고민이 충분히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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