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사회에도 미보고, 내부통제 부실 심각”

우리은행 사옥.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 사옥.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사실을 조기에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고, 당국에도 늑장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지난 25일 ‘우리은행 전직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 추가 사실에 대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1∼3월 자체감사, 4월 자체 징계 과정에서 이달 9일 수사기관 고소 내용에 적시된 범죄혐의 및 관련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가 지난해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늦어도 올 1분기 자체감사 결과가 반영된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이를 인지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이뤄진 자체감사도 지난해 12월 부실 대출을 승인한 임모 전 영업본부장이 퇴직한 후에야 착수했다. 또 4월 자체 징계 이후에도 감사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제보를 받고 우리은행에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하고 나서야 감사 결과를 받아봤다. 이에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은행장 등이 사고를 인지하고도 감독당국에 보고를 미뤄왔다고 봤다. 

은행법 제34조 3항 등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금융업무와 관련 소속 임직원 또는 임직원 이외의 자에게 횡령·배임 등 형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금융감독원에 금융사고로 보고하고 공시할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감원은 지난 6~7월에 진행한 검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한 지난 9일 이후에야 수사기관에 임 전 본부장 등을 고소한 것도 미심쩍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일 금융사고 보고대상에 해당되는 범죄혐의를 적시해 임 전 본부장 및 차주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고 전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KBS에 출연해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상 권한을 최대한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그간 “해당 사안은 여신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도 의뢰하지 않았다”고 해명해 왔다. 또 우리은행 주요 임원들이 주말에도 대부분 출근해 회의를 진행하는 등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과 조 행장이 조만간 직접 관련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4년간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616억원 상당을 대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에게 총 454억원의 대출을 취급했고, 원리금 대납사실 등을 고려 시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 대상 162억원(19건)의 대출까지 포함하면 총 대출 규모는 616억원(42건)에 달한다. 

부당 대출은 대부분 임 전 본부장의 주도로 취급됐고, 그는 작년 12월 퇴임 후 올해 4월에야 면직 처리됐다. 우리은행이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씨에게 350억원가량의 부적정 대출을 취급한 과정에서 손 전 회장의 처남 김씨는 서울 신도림동금융센터, 선릉금융센터로의 명예 지점장을 사칭해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