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팩토리와 샘표스페이스…공장이 예술 공간으로
갤러리 프로젝트…충청북도 오송 R&D 센터
10주년 ‘맛있는 추억을 그리다’→‘즐겁게 요리해요’
“후원보단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

사진=샘표그룹 그래픽=김영재
사진=샘표그룹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매주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간장에 제일 중요한 것이 물이고, 그 근원이 ‘샘’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깨끗하고 좋은 제품을 꾸준히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내 가장 오래된 상표 샘표1954년 등록번호 362호의 시작점이다. 대한민국 식문화를 선도하는 샘표는 ‘구성원 행복’과 ‘지역 사회 기여’ 그리고 ‘문화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임직원과 지역 사회가 더 흐뭇하고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러한 기치 아래 2023년 샘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예술 후원 우수기관 인증 제도에서 우수기관으로 재인증받았으며, 이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인증이다. 다채로운 프로젝트와 캠페인으로 후원 사업의 다양성, 지속성 등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결과다. 2013년 제14회 한국 메세나대상 창의상, 4년 후 제19회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디자인 경영 부문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현재 제26회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디자인 경영 부문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 최대 간장 시설인 경기도 이천공장은 샘표 아트팩토리Art Factory 프로젝트를 통해 외벽 전체가 현대미술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보통 건물 부식을 막기 위해 3년에 한번씩 외벽을 회색으로 칠했지만, 창립 65주년을 맞아 공장 벽을 캔버스로 제공한 대형 공공미술이었다.

이 이색 프로젝트는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현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의 ‘행복한 일터 만들기’ 신념의 일환으로 처음 시작됐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공장이며 직장에서의 즐거움이 진정 가정생활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2010년 8월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그 후 1년에 걸친 기획과 작업 끝에 공장 건물 4개동 1만 7000제곱미터m2·약 5100평가 회색에서 상아색으로 배경이 바뀌었고, 벽면에는 신진작가 그룹 동방의요괴들이 파스텔 색조로 그린 동화풍 그림 및 기하학적 디자인 등이 포함됐다. 당시 샘표 관계자는 샘표의 중심인 생산 공장이 작품처럼 아름답고 예술처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제품 역시 더 맛있고 예술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아트팩토리의 의의를 설명했다.

지난 2011년 8월 경기도 이천 샘표 간장 공장에서 샘표식품 창립 65주년을 맞이해 샘표 아트팩토리 프로젝트 ‘샘표 디팩토리(D-Factory)’전 개막식이 개최됐다. 이 행사는 샘표 아트팩토리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의미, 창립 65년을 맞이하는 샘표의 기업 철학을 샘표 임직원을 비롯한 협력 업체 관계자, 지역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 사장은 인사말에서 “직원들은 회색으로 대표되는 공장 건물에서 마음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며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간장 공장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샘표그룹
지난 2011년 8월 경기도 이천 샘표 간장 공장에서 샘표식품 창립 65주년을 맞이해 샘표 아트팩토리 프로젝트 ‘샘표 디팩토리(D-Factory)’전 개막식이 개최됐다. 이 행사는 샘표 아트팩토리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의미, 창립 65년을 맞이하는 샘표의 기업 철학을 샘표 임직원을 비롯한 협력 업체 관계자, 지역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 사장은 인사말에서 “직원들은 회색으로 대표되는 공장 건물에서 마음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며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간장 공장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샘표그룹

또한 샘표는 행복한 사람이 건강하고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믿음하에 공장 안에 샘표스페이스라는 전시 공간도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2004년 4월 개관. 아트팩토리 프로젝트보다 7년 더 빨랐다. 연 7회 이상 다양한 주제와 기법, 새로운 스토리 등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샘표스페이스는 신진작가 지원은 물론,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해 ‘공장 안의 오아시스’라는 호응을 얻는다. 임직원에게는 ‘가장 가까운 예술 공간’, 고객에게는 ‘이색적 문화 공간’, 작가에게는 ‘작품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대안 공간’이라는 것이 사측이 요약이다.

전시 개관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순서를 열고 작품의 배경과 의도, 작가의 철학 등을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개관 행사에서 박진선 대표이사 사장은 “샘표식품의 전통이나 역사는 침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옛것과 새것이 서로 만나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며 샘표스페이스의 운영으로 이런 소통의 정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직원들이 작가에게 따로 조언을 건넬 정도로 식견이 높아졌다는 반가운 반향도 들려온다. 현대미술을 낯설게만 생각했지만 전시가 거듭되면서 점차 경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샘표 관계자는 “처음에 예술은 어렵다며 거리감을 두던 직원분들도 샘표스페이스에서 20년간 작품을 감상하고 경험하고 나니 그 태도가 달라지셨다”며 “작품 구매 여부를 조심스럽게 물어 보시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장 공장’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결로와 부식 등을 막고자 지금도 3~5년 주기로 색을 보수해 운영 중이며, 추후 다른 작품으로의 교체도 고려 중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것에 관해서는 “방문객이 샘표스페이스를 조금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내부 인테리어 재단장 및 운영안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2만 3186제곱미터약 7000평 부지에 1만 105제곱미터약 3000평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연구개발동, 지원동, 파일럿 플랜트의 시설을 구비했다. 2013년 충청북도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개관 때는 ‘연구원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경영진 철학을 토대로 연구개발R&D 센터 전체를 갤러리로 만드는 샘표 갤러리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총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미술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연구소 주요 공간을 작품화했다.

▲3층 회의실은 동양화, 서양화, 설치미술,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러 공감각적 이미지를 담아 자유롭게 확장한 룸 갤러리로 변모했고▲2, 3층 전문 실험실과 스마트 사무실 사이 각 55미터m, 총합 220미터가 넘는 긴 복도는 길 갤러리로 바뀌어 캔버스가 됐다. ▲마지막으로 샘표 창립 때부터 사용하던 제국틀은 먼지를 벗고 바람, 물 등 자연의 소리를 담은 로비 작품으로 단장했으며, 창동에서 이천으로 이전된 공장 굴뚝은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인 1층 외부 조형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모든 것은 샘표의 과거 역사를 기념하고, 우리발효연구중심이 앞으로 한국 식문화 발전을 위해 이룩할 새로운 역사를 축하하는 샘표만의 독창적인 미술 작품이다.

1969년 세워진 창동공장 굴뚝은 1987년 이천공장이 세워지면서 고(故) 박승복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몸통이 3등분 돼 25년 동안 이천공장에 보관돼 왔다. 이에 발효 기업이기도 한 샘표가 과거를 기억하고 시간을 축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긴 장윤규 건축가는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에 관해 “처음에는 굴뚝을 눕혀서 관람자가 그 안에 들어가고 만질 수 있도록 작은 미술관을 만들려 했다.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오래된 굴뚝의 구조적 결합 때문에 눕히면 부서질 위험이 있더라. 그래서 화분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샘표그룹
1969년 세워진 창동공장 굴뚝은 1987년 이천공장이 세워지면서 고(故) 박승복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몸통이 3등분 돼 25년 동안 이천공장에 보관돼 왔다. 이에 발효 기업이기도 한 샘표가 과거를 기억하고 시간을 축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긴 장윤규 건축가는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에 관해 “처음에는 굴뚝을 눕혀서 관람자가 그 안에 들어가고 만질 수 있도록 작은 미술관을 만들려 했다.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오래된 굴뚝의 구조적 결합 때문에 눕히면 부서질 위험이 있더라. 그래서 화분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샘표그룹

관계자는 건축가 승효상의 저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를 예로 들며 “공간의 조직이란 우리가 사는 방법을 의미한다는 문장이 책에 나온다”며 “공간의 변화는 사람의 동선과 생활 패턴, 삶의 방향까지도 바꿀 힘이 있다. 연구원이 생활하게 되는 곳, 그중에서도 늘 오가는 복도, 회의실 등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다”고 했다. 

샘표의 ‘맛있는 추억을 그리다’ 캠페인은 매년 수만명의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한 맛있는 추억을 그림으로 표현한 프로그램. ‘집밥’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했다. 2013년부터 10년 동안 30만점이 넘는 작품이 접수됐으며, 대상大賞 작품은 1회부터 10회까지 샘표 양조간장 501의 라벨 디자인에 반영돼 ‘맛있는 추억’ 간장 한정판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나 라벨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부상副賞이었다”며 “샘표는 대상작뿐만 아니고 참여한 모든 아이의 그림을 간장 라벨로 만드는 이벤트를 도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5년에는 ‘한일 음식 문화-나눔과 환대’전에 어린이 그림 109점이 전시돼 양국 식문화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의미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일본 국립민족학 박물관 아사쿠라 도시오 교수는 “양국 어린이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과 각 가정의 식탁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는 요리·과학 레시피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즐거운 요리 실험실, 즐요랩’, 직접 요리하고 토론하는 ‘즐거운 요리 해커톤, 즐요톤’, 학교와 협업해 가족과 함께 즐겁게 요리하는 ‘즐겁게 요리하는 날, 즐요일’ 등 아이들과 요리하고 즐기는 ‘즐겁게 요리해요’ 캠페인으로 업그레이드돼 누구나 요리를 가까이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학자 출신으로 아트 마케팅에 솔선한 박진선 대표이사는 마르지 않는 샘인 샘표 메세나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클래식 음악과 국악의 애호가로, 예술에 기업 경영을 접목하는 데 열정적이다. 일찍이 샘표의 메세나는 단순한 메세나가 아닌, 미술을 이용한 사회 기여에 가깝다는 그의 지도하에 샘표는 한국의 우수한 식문화를 연구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일에 매진하며, 문화 다양성을 고조하는 후원 또한 지속할 전망이다. 이윤아 샘표식품 홍보팀장은 “정형화된 디자인에서 탈피해 신진작가의 창의성을 흡수하길 희망한 우리발효연구중심의 경우 결과적으로 이는 연두와 같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연구원들은 이같은 예술적으로 차별화된 환경에서 창조적 연구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샘표의 문화·예술 활동은 후원의 측면보다는 지역 사회와 임직원이 여러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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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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