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금융과 문화의 만남, 신영체임버홀
예술의 미래 위해…한예종과 협력한 신영컬처 시리즈 
미술에도 관심 “사회적 창출이 우리의 신념”

사진=신영증권 그래픽=김영재
사진=신영증권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FT브릿지’를 통해 매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4-8. 도로명 주소는 국제금융로8길 16이다. 지난 2013년 신영증권은 대신증권과 공동 소유 중이던 이 건물을 약 800억원에 사들였다.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이 끝나고 2017년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 신축에 비하는 비용을 들여 이곳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예술 애호가인 원종석 회장의 의지에 따라 클래식 공연 전용관인 신영체임버홀을 1층에 배치했고, 여의도 삭막한 금융가에 문화의 선율이 흐르게 했다.

금융 투자가 삶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라면 문화와 예술은 그 반대인 정서적 행복을 전한다고 회사는 믿는다. ‘예술이 삶에 스며드는 사회’에 일조하는 것. 이것이 신영증권의 궁극의 목표다.

◆신영체임버홀서 만나는 새로운 즐거움…세계적 음악가의 클래식 공연

지난 2018년 여의도 본사 사옥 1층에 개관한 이 공연장은 크기가 아담하다. 가로 10미터m에 세로는 14미터에 불과하고, 좌석 규모도 소규모인 70여석이다.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및 다른 체임버홀과 비교하면 다소 자그마하지만, 김봉렬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에 따르면 오히려 그 규모는 장점일 수 있다. 연주자가 관객 몇몇과 가까이 교감하던 음악의 본질이 여기, 이곳에는 있다는 설명이다.

관객과 직접 소통한다는 점에서 세계적 연주자들도 투자 중심지 여의도에 문화·예술을 전하는 공간 취지에 화답했다.

2018년 12월 신영체임버홀은 그래미상을 세 차례 수상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을 초대해 베이비 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38개월, 6개월 된 두 딸을 둔 엄마로서 아기와 함께 참석 가능한 클래식 공연에 나서고 있던 한은 미국 시애틀과 필라델피아·오스트리아 빈·프랑스 파리에 이어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을 다음 공연지로 선택했다.

임산부와 36개월 미만 유아가 함께하는 이 공연은 신청자가 몰려 횟수가 한 회 더 추가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개관 1주년 공연인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 연주회 역시 공간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작지만, 친밀한 분위기에서의 리사이틀로 진행된 이 공연은 1980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동양인 최초 우승자인 당 타이 손이 연주 후 객석과의 대화도 진행해 이 공연장만의 특색이 돋보였다. 

신영증권 본사에 위치한 70여석 규모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 신영체임버홀은 개관 이후 당 타이 손·백혜선·선우예권·힐러리 한(이상 가나다순) 등 세계적인 음악가를 초청해 다양한 기획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피아노 및 소규모 실내악 연주에 최적화됐으며, 음향학 전문가의 청취 시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친 최상의 음향 환경을 자랑한다. 지난 2018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아이과 엄마를 위한 베이비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어린 관객들 앞에서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신영증권
신영증권 본사에 위치한 70여석 규모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 신영체임버홀은 개관 이후 당 타이 손·백혜선·선우예권·힐러리 한(이상 가나다순) 등 세계적인 음악가를 초청해 다양한 기획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피아노 및 소규모 실내악 연주에 최적화됐으며, 음향학 전문가의 청취 시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친 최상의 음향 환경을 자랑한다. 지난 2018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아이과 엄마를 위한 베이비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어린 관객들 앞에서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신영증권

관객과 연주자가 서로 마주앉는 시그니처 시리즈인 ‘미트 더 아티스트Meet the Artist’는 올해에도 계속된다. 세계 무대서 주목받는 아티스트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그들의 연주와 내면의 음악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기획으로, 5월 중 플루티스트 헨릭 비제의 무대가 열릴 예정이다.

이 밖에 쇼팽 서거 175주년을 맞아 기획한 ‘쇼팽 릴레이’ 시리즈로 당 타이 손이 다시 신영체임버홀을 찾아 쇼팽의 피아노 작품을 재해석한다.

이름에 믿을 신이 들어간 ‘신영 아티스트Young Artist’는 앞으로의 눈부신 활약이 기대되는 신예 음악가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는 시리즈다.

올해는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추천한 ‘백혜선의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이라는 주제로,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 첼로 부문 3위·크시슈토프펜데레츠키 국제첼로콩쿠르 2위를 수상한 첼리스트 박상혁이 우선 무대에 올랐고, 국제음악콩쿠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세현, 홍석영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설 또한 최고급이다. 조영재 음향학 박사가 참여해 장르마다 명징한 음향을 구현했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인정한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도 배치했다.

의자는 독일 토네트에 의뢰한 맞춤 의자다. 이로써 편안한 분위기 속에 유연한 공간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

더욱이 예술의전당과 협업한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사업으로 뮤지컬·발레·클래식 공연 등을 무료로 상영하며, 인근 주민을 비롯한 많은 관객이 이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다.

◆한예종과 협력해 장학 사업…예술가 육성하고 지속적 관심

지난 2월 신영증권은 본사에서 제2회 신영 아트 업 장학 증서 수여식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신영증권이 한예종과 함께 운영하는 신영컬처챌린지·신영컬처드림업·신영뉴프론티어 세 장학 사업을 결산하는 자리다. 행사는 신영증권 황성엽 대표이사(뒷줄 왼쪽 첫 번째) 및 한예종 관계자, 각 사업별 장학생 및 수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한예종과 함께하는 장학 사업을 통해 많은 학생이 여러 분야에서 본인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게 돼 기쁘다”며 “더 다체로운 방식으로 한예종 학생들의 성장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신영증권
지난 2월 신영증권은 본사에서 제2회 신영 아트 업 장학 증서 수여식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신영증권이 한예종과 함께 운영하는 신영컬처챌린지·신영컬처드림업·신영뉴프론티어 세 장학 사업을 결산하는 자리다. 행사는 신영증권 황성엽 대표이사(뒷줄 왼쪽 첫 번째) 및 한예종 관계자, 각 사업별 장학생 및 수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한예종과 함께하는 장학 사업을 통해 많은 학생이 여러 분야에서 본인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게 돼 기쁘다”며 “더 다체로운 방식으로 한예종 학생들의 성장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신영증권

한예종발전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원 회장은 공연장뿐 아니라 예술가 양성을 위한 다양한 장학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신영증권과 한예종의 인연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후원 10년째인 2021년에는 업무협약MOU도 체결해 한예종 장학생 선발 공모 및 공연 사업에 대한 후원을 지속하는 한편, 인재 육성 및 상호 발전에 필요한 협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신영증권의 국내 예술계 유망주 지원은 ▲학생들의 창작 음악을 공모하는 신영컬처챌린지 ▲세계 유수 콩쿠르와 페스티벌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참가 실비를 지원하는 신영컬처드림업 ▲젊은 시각 예술가에게 전시 기회를 뒷받침하는 신영뉴프론티어로 세분화돼 있다.

먼저 신영컬처챌린지는 ‘창작 디자인·음악 공모전’으로 지난 2016년 처음 출발했다. 신영증권이 학생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의 이 공모전에서 음악 부문 대상곡은 장학금 500만원, 2021년부터는 ‘숲’ ‘여기 서 있을게요’ 등이 증권사 통화 연결음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 예술가로 꿈을 펼치는 데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자 설계된 신영컬처드림업은 국제 149개 콩쿠르 및 공모전을 대상으로 2016년 시작됐다. 한예종 무용원과 음악원 재학생 총 8명이 최종 선발돼 콩쿠르 또는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대 500만원의 경비를 지원받았다.

제6회 신영컬처드림업으로는 총 23명의 지원자 중 13명이 선정됐으며, 이 중 김민·이마드리드·이창민 학생이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코레오그래피에서 3위의 영예를 안았다.

미술 전시를 후원하는 신영뉴프론티어는 지난해 처음 만들어졌다. 전시관 대관료 및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고, 올해는 7개 선정안이 오는 5월 통의동 아트스페이스3서 전시된다.

또 하나의 ‘신영컬처’ 시리즈인 신영컬처클래스는 고객에게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제공하고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신영증권의 노력이다. 사회 공헌적 마케팅 전략이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된다는 자체 평가에서였다.

이에 지난 2010년 10월 코엑스에서 열린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발레 강연을 시작으로, 한예종과 연계해 무용과 미술, 클래식 음악 등 각가지 장르를 부단히 소개해 왔다.

‘한예종과 함께하는 신영컬처클래스’가 대표 문구인 만큼 국내 정상급 한예종 교수진이 강연자로 참석하는데, 이를 테면 현대 무용을 소개하며 당시 무용원 교수인 전미숙 교수가 배경 지식과 안무의 의도, 감상법 등을 직접 들려주는 식이다.

무엇보다 이 강의에서는 재학생 46명이 무대에 출연해 LDP무용단과 함께 대규모 공연을 선보였다. 문화·예술 분야를 이끌어 갈 차세대 인재를 발굴하고, 전문 무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확장 여지에 관해 신영증권 관계자는 “많은 학생이 꿈을 펼칠 수 있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술·발레 후원 및 장애인 문화 접근성 증진…“신즉근영”

지난 2022년 8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영증권이 후원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이 전시는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에게 2021년 4월 기증받은 1488점 중 이중섭 작품 9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기소장품 10점을 모아 100여점으로 구성한 전시다. 양질의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대중에게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2년 8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영증권이 후원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이 전시는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에게 2021년 4월 기증받은 1488점 중 이중섭 작품 9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기소장품 10점을 모아 100여점으로 구성한 전시다. 양질의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대중에게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대중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제고提高해 온 신영증권은 미술전 협찬도 꾸준히 지속했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인 ‘루브르박물관’전과, 그 다음 해에는 밀레의 ‘만종’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 ‘오르세미술관’전을 열었고,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전까지 프랑스 3대 미술관 기획전을 소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크게 위축된 2021년에는 ‘누구나 똑같이 문화를 향유하는 세상’이라는 목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3년간의 중장기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시·청각 장애인 점자 가이드와 전시 음성 안내 등을 제작 지원했고, 이후 인지·발달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도 지속 후원하며 장애인의 문화 접근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부터 현재까지 총 11개 전시가 신영증권이 후원한 시·청각 장애인 전시 감상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그동안 후원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백남준 효과’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등이 있다.

또한 신영증권은 2008년부터 국립발레단 및 유니버설발레단을 후원하며 한국 무용수들이 더욱 큰 무대서 활약할 수 있도록 매년 돕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고객의 믿음을 얻어야 비로소 회사가 번영할 수 있다는 의미의 신즉근영信卽根榮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같은 의미에서 기업은 이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때 존재 의미가 있다는 신념이 있다”며 “앞으로도 소외된 지역 사회를 돌보고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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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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