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만명 찾는 뮤지엄산…안도 다다오 설계작
박물관 및 미술관 공존하는 뮤지엄 본관
“공간과 예술, 자연이 어우러지는 게 강점”

사진=한솔그룹 그래픽=김영재
사진=한솔그룹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인 상생과 후원을 ‘FT브릿지’를 통해 매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1995년 한솔그룹이 설립한 한솔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사회적 기여를 위해 그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1997년 한솔종이박물관을 시작으로 특히 고 청조淸照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소장품 4000여점과 함께 세운 뮤지엄산은, 전시를 넘어 자연과 예술,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며 2013년 이래 관람객에게 미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소통을 위한 단절’이 슬로건인 뮤지엄산은 2023년 기준 연간 30여만명이 찾는 명실상부 강원도를 대표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세계적 건축가이자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의 대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도 유명한 이곳은 지난해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안도 다다오: 청춘’을 개최해 당 미술관 최대 입장객수를 기록했다. 뮤지엄 본관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워터 가든은 러시아계 미국 작가 알렉산더 리버만의 ‘붉은’ 조각 ‘아치웨이Archway’가 시선을 붙드는 곳. 또 입구에는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이라는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영감받아 제작된 안도 다다오의 ‘푸른’ 조각 ‘청춘의 사과’도 있다. 이 조각이 영구 설치된 건 일본 효고 현립미술관과 나카노시마 아동도서관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본관은 매년 두 번 이상의 전시가 열리는 청조갤러리와 종이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는 페이퍼갤러리로 구성됐으며, 제임스 터렐관은 ‘빛과 공간의 예술가’인 작가의 대표작을 감상 가능한 특별 전시장이다. 명상과 사색, 독특한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 5월 현재까지 뮤지엄산은 총 30회의 전시를 개최하며 예술적 다채로움을 선보이고 있다. 2024년에는 지난 4월부터 9월 18일까지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을 진행한다. 한국 미술 컬렉션의 경우 그룹전에서 앞으로는 개인전 또는 주제전으로 눈길을 옮겨 다른 식의 소장품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솔문화재단은 판화작가 공모전을 통해 국내 판화 예술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격년으로 판화작가를 선발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껏 제4회 공모전까지 총합 16명의 작가를 선발했다. 뮤지엄산 노은실 큐레이터는 “초반 신진작가에만 지원이 한정된 것이 지금은 나이와 경력에 제한 없이 다양한 작가를 포용하고 있다”며 “이로써 작가는 판화 작업뿐 아니라 특강 등 대중과의 정기적인 소통을 지원받는다”고 설명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청춘의 사과’는 청사과처럼 푸르고 무르익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를 꿈꾸는 작가 본인의 소망을 녹인 작품이다. 9개의 에디션으로 제작됐으며, 첫 작품은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 현립미술관에, 두 번째 작품은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나카노시마 아동도서관에 영구 설치됐다. 뮤지엄산에 있는 높이 3미터(m)의 이 ‘사과’는 2023년 미술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청춘’을 계기로 제작됐다. 그해 3월 뮤지엄산에서 열린 건축 강연회 ‘꿈을 걸고 달려라’를 진행한 안도 다다오가 본인 작 ‘청춘의 사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뮤지엄산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청춘의 사과’는 청사과처럼 푸르고 무르익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를 꿈꾸는 작가 본인의 소망을 녹인 작품이다. 9개의 에디션으로 제작됐으며, 첫 작품은 일본 효고현 고베시 효고 현립미술관에, 두 번째 작품은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나카노시마 아동도서관에 영구 설치됐다. 뮤지엄산에 있는 높이 3미터(m)의 이 ‘사과’는 2023년 미술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청춘’을 계기로 제작됐다. 그해 3월 뮤지엄산에서 열린 건축 강연회 ‘꿈을 걸고 달려라’를 진행한 안도 다다오가 본인 작 ‘청춘의 사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뮤지엄산

어느 때에 오더라도 같은 ‘장면’이 없다는 점은 문명사회의 번잡에서 벗어나 자연과 문화의 어울림 속에서 인간 심신을 치유하는 뮤지엄산만의 강점이다. 이렇게 나를 발견하는 시간은 위로와 충전으로써 ‘다시 살아갈 힘’이 돼 일상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안도 역시 “100살까지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로 이곳을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로 규정한 바 있다. 노 큐레이터는 “뮤지엄산의 ‘산SAN’은 각각 스페이스SPACE, 아트ART, 네이처NATURE에서 알파벳 앞 글자를 따온 말”이라며 “공간, 예술, 자연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 게 이곳의 특징이다. 계절마다 다르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 때문에도 다르다. 그렇게 그 셋이 뮤지엄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어우러지는 데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한솔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예술과 자연, 인간이 어우러진 각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더 많은 사람이 문화와 예술로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노 큐레이터는 “종이박물관과 미술관이 공존하는 뮤지엄을 만들겠다는 이인희 고문의 꿈이 실현되기까지 사실 여러 일이 있었다”며 “하지만 고문께서는 20여년 동안 꿈을 잃지 않으셨다. 또한 뮤지엄 준비하는 기간에만 8년이 더 걸렸다. 그렇지만 모든 과정을 이겨 냈고, 그 정신을 상징하는 게 바로 입구에 있는 ‘청춘의 사과’이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청춘이라면, 그 의미를 방문객분들께 함께 나누는 게 고문의 유지고 우리 뮤지엄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5년 단위 프로젝트도 시도하고 있다. 노 큐레이터는 개관 11주년을 맞은 데 관해 “새로운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하려 2013년 개관 이후부터 부단히 여러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며 “2018년 최초의 ‘명상관’, 지난해 10주년 기념 ‘빛의 공간’이 그 예다. 더불어 2028년에도 15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것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켜봐 달라”고 했다.

[마이케나스] 목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집이란?
금호의 목요일 밤은 언제나 아름답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옆 예술관
퍼슨 위드 디스어빌리티가 부르는 ‘효성의 꿈’
엔씨소프트, 게임을 뛰어넘어 문화를 플레이하다
재능교육도 안도 다다오도 있는 혜화동 그 길
여의도동 34-8 신영증권 1층엔 비밀의 방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달항아리도 건축이 될 수 있을까?
LG생활건강, 더후로 ‘반짝반짝’ 완성한 메세나 호혜성
1년, 2년, 벌써 15주년…현대약품 아트엠 콘서트의 연륜
“마음 별 나누는 곳”…이어령도 告한 신세계프라퍼티 별마당
충북 음성에서 서울까지…한독, 창립 70주년 개관 60주년
―청조 이인희의 ‘청춘’, 한솔 뮤지엄산에서 꽃피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