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미술관, 누구나 자유로이 즐기는 예술
현대와 고미술의 만남…다채로운 전시에 관람객 매료
경영진도 바라 마지않는 대중 친화적 기업 공간

사진=포스코그룹 그래픽=김영재
사진=포스코그룹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매주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1995년 포스코갤러리로 개관한 포스코미술관은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1종 미술관으로 정식 등록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포스코홀딩스의 배려와 공존, 공생의 가치를 예술을 매개로 나누고 실천하는 이 미술관은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계속된 관심과 지원을 토대로 ▲한국미술을 이끌어 온 중진작가뿐 아니라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전시 ▲동시대 미술의 생기 넘치는 현장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또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반 대중도 예술을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역할도 성실히 수행 중이다. 

25년간 그가 기획한 전시만 100여 회가 넘는다는 김윤희 포스코미술관 관장은 “기업 미술관인 포스코미술관의 특징은 ‘문턱 낮은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것”이라며 “올해에는 그 문턱을 전보다 더 낮추려 한다. 다음 전시부터는 시간 제약을 없애려 매주 화요일마다 오후 8시까지 야간 개장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대 미술관인데도 2년에 1회씩은 계속 고미술 전시를 다루고 있어요. 관람객 대다수가 회사원인데, 박물관에 못 갈 거면 회사 근처 우리 미술관에라도 오시라는 마음에서요. 개인 소장가분들께도 이 꾸준함이 통했지 싶죠. 소중한 작품을 기꺼이 대여해 주셨거든요. 덕분에 이번에 연 고려청자전도 대대적인 개최가 가능했습니다.”

최근 포스코미술관은 포스코 창립 56주년 기념 특별전 ‘천기누설 고려비색天機漏洩 高麗翡色’을 열고 고려청자의 최첨단 제조 기술을 강조했다. 특히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청자상감연판문매병, 청자상감운학문표형주자와 승반을 포함한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2020년에는 ‘텡 븨인 들녘’전을 개최,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인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포스코미술관에 이어 자회사 포스코 소속인 포항 포스코갤러리에서도 순회전이 이어졌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 개관 20주년 기념전 ‘철이철철-사천왕상에서 로보트 태권브이까지’를 찾은 시민이 전시품을 구경하고 있다. 고대 유물 20점과 함께, 한국 조각 1세대인 송영수·정현 작가의 철 조각상, 류연희 작가의 금속 공예, 김경환 작가의 철제 가구 디자인 등 총 80점의 작품이 공개됐다. ‘철이철철’이라는 전시회 제목은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 설치된 백남준 작가의 ‘철이 철철-TV 깔때기, TV 나무’에서 따온 것으로, 백 작가는 작품 설치 당시 “철 만드는 회사니 철이 철철 넘쳐 나라”며 포스코의 발전을 기원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5년 5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 개관 20주년 기념전 ‘철이철철-사천왕상에서 로보트 태권브이까지’를 찾은 시민이 전시품을 구경하고 있다. 고대 유물 20점과 함께, 한국 조각 1세대인 송영수·정현 작가의 철 조각상, 류연희 작가의 금속 공예, 김경환 작가의 철제 가구 디자인 등 총 80점의 작품이 공개됐다. ‘철이철철’이라는 전시회 제목은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 설치된 백남준 작가의 ‘철이 철철-TV 깔때기, TV 나무’에서 따온 것으로, 백 작가는 작품 설치 당시 “철 만드는 회사니 철이 철철 넘쳐 나라”며 포스코의 발전을 기원했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미술관이 위치한 서울 포스코센터는 2018년 대규모 개보수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더불어 포스코스퀘어가든은 2023년 생긴 또 다른 문화 공간. 포스코미술관과 함께 시민이 일상에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썬큰 가든이 조성되면서 미술관에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김 관장은 “현대미술은 작품 부피가 크기 때문에 층고가 높아야 하는데, 그래서 포스코미술관이 포스코센터 지하에 있다”며 “원래는 미술관에 오려면 건물 1층 입구를 경유해야 했다. 하지만 포스코스퀘어가든이 생기면서 테헤란로에서 미술관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새로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보다 많은 분께서 미술관을 가깝게 생각하고 자주 찾아 주신다. 점심시간에는 포스코 직원뿐만 아니고 타사 오피스 직원분들도 많이 오신다. 스퀘어가든과 미술관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포스코센터 외부에는 미국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꽃이 피는 구조물-아마벨’과 한국 작가 도흥록의 ‘큐브 95-2’, 권치규 작가의 ‘서정적 풍경’ 등의 조형물이 배치돼 방문객에게 현대 조각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

내년 광양에는 포항1992년과 서울1995년 다음으로 새로운 미술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정식 명칭은 포스코 창립 57주년인 2025년 4월 1일 확정된다. 가칭 포스코미술관 광양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역 사회와의 문화적 교류에 더해, 포스코의 예술 나눔 철학을 더욱 확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서울 포스코미술관의 슬로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생활’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의 자유로운 소통을 도모하고자 한다.

김 관장은 “나만 하는 생각이 아니다. (장인화) 회장님도 (정기섭) 사장님도 포스코센터가 지금보다 대중 친화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계신다”며 “포스코센터가 문화 인프라가 참 많다. 미술관도 있고, 야외 정원도 참 좋다. 안에 대형 수족관도 있다. 이 모든 게 포스코 직원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데 다들 모르시더라. 시민분들과 더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열린 공간인 만큼 앞으로도 포스코미술관을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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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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