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부 첫 공공미술관…서울시 기부채납
3년간 8만명…헤르난 바스전 2만 6000명 다녀가
스페이스K 브랜드 “작가와 함께 성장 중”

사진=코오롱그룹 그래픽=김영재
사진=코오롱그룹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매주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코오롱그룹은 2020년 9월 서울 마곡 지구 한다리문화공원에 문화·예술 나눔 공간인 스페이스K 서울을 개관하며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당 지역 사회에 새로운 전시 명소를 제공 중이다. 2018년 마곡산업단지에 원앤온리타워를 건설한 데 따라 공공 기여 형식으로 지어진 서남부 첫 공공미술관이다. 약 105억원을 투입해 건립된 이 미술관은 서울시에 기부채납 된 뒤 향후 20년간 코오롱그룹이 운영을 맡고 있다. 민관이 지역 예술 인프라에 후원한 남다른 사례다.

스페이스K 서울은 면적 2044제곱미터m2·약 600평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건물의 곡선과 격자형 신도시가 어우러진 기하학적 건축물로 설계됐다. 무엇보다 공원과 미술관 출입구가 서로 매끈하게 연결돼 지역 주민과 인근 직장인의 자연스러운 관심을 끌어 낸다. 천장 최고 높이는 9.2미터m. 주위에 대형 전시장이 드문 만큼 다른 갤러리와 비교해 전시품 수급도 용이하다. 2014년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를 맡아 문화를 매개로 한 새로운 미술관을 창조했다는 평이다.

또한 LG아트센터 서울과 서울식물원이 걸어서 15분, 20분 거리에 위치한다. 전시뿐 아닌, 공연과 산책 등 문화 벨트가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LG아트센터 서울과는 지난해 상호 투어도 열었다. 발산역과 마곡역, 마곡나루역까지 삼각지 내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스페이스K 서울이 위치한 한다리문화공원은 마곡 지구의 두 축, 즉 서울식물원과 이어지는 남북 방향 그리고 지하철 5호선을 따라 형성된 동서 방향이 교차하는 중요한 도시 매듭이다. 이는 스페이스K 서울이 녹지 공간뿐 아니라 생신한 공공장소로 기여할 특별한 조건이 된다. 내부 현대미술 전시실은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하나의 무주 공간이다. 큰 가변성이 있는 이 공간에는 먼저 3개의 천창에서 간접 자연광이 자연스레 유입된다. 천장고는 3.3미터에서 점진적으로 높아져 최대 9.2미터까지 올라감으로써 단일 공간이지만 되려 다채로운 전시 연출이 가능하다. 사진=코오롱그룹
스페이스K 서울이 위치한 한다리문화공원은 마곡 지구의 두 축, 즉 서울식물원과 이어지는 남북 방향 그리고 지하철 5호선을 따라 형성된 동서 방향이 교차하는 중요한 도시 매듭이다. 이는 스페이스K 서울이 녹지 공간뿐 아니라 생신한 공공장소로 기여할 특별한 조건이 된다. 내부 현대미술 전시실은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하나의 무주 공간이다. 큰 가변성이 있는 이 공간에는 먼저 3개의 천창에서 간접 자연광이 자연스레 유입된다. 천장고는 3.3미터에서 점진적으로 높아져 최대 9.2미터까지 올라감으로써 단일 공간이지만 되려 다채로운 전시 연출이 가능하다. 사진=코오롱그룹

개관전으로 ‘일그러진 초상’을 열어 인간 형상을 탐구하는 현대미술을 선보였으며, 이후로도 헤르난 바스‘모험, 나의 선택’전, 2021·라이언 갠더‘변화율’전, 2021·네오 라우흐-로사 로이‘경계에 핀 꽃’전, 2021·이근민‘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전, 2022·다니엘 리히터‘나의 미치광이웃’전, 2022·제여란‘로드 투 퍼플’전, 2022·도나 후앙카‘블리스 풀’전, 2023·제이디 차‘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전, 2023·유이치 히라코‘여행’전, 2023·에디 마티네즈‘투 비 컨티뉴드’전, 2024의 개인전 및 미술관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등을 통해 수준 높고 산뜻한 국·내외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RM이 헤르난 바스전을 보러 오면서 소위 ‘인스타 성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2024년 현재까지 누적 관람객수는 총 8만 9254명. 2021년 4만 746명, 2022년 2만 1377명, 2023년 1만 6404명이 스페이스K 서울을 찾았다. 이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전시는 2만 6729명이 관람한 헤르난 바스전이었다. 관계자는 “관람객수보다는 해당 작가의 작품 세계를 효과적으로 선보이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다 누적을 기록한 헤르난 바스 개인전도 이와 같은 방향성에서 열린 전시고, 이 기조는 지금도 계속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1998년부터 코오롱그룹은 다양한 메세나로 문화와 예술을 지원해 왔다. 특히 스페이스K 서울 이전부터 스페이스K는 연간 2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차별화된 메세나로 명성이 높았다. 2011년 경기도 과천 본사에서 시작해 광주, 대구, 대전 등에서 무료 운영됐고, 스페이스K 서울 개관 전까지 총 152회 전시, 437명 작가를 개최 및 지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웅열 명예회장은 제18회 메세나대상에서 메세나인상을 받은 적 있다. 연말에는 ‘채리티 바자’전을 열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 2014년부터 6년간 누적 기금이 약 6800만원에 달했다.

당초 스페이스K는 전시 외에도 공연과 강연, 이벤트, 체험 학습 등 시민과 임직원을 위한 상설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됐다. 개관전 제목은 ‘바람바람바람’. 작가들은 바람을 자신만의 언어로 시각화한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사측은 전시명에 관해 “바람(Wind)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지역 사회에 문화 바람(Boom)을 일으킨다는 코오롱의 바람(Wish)을 담아 기획됐다”는 기막힌 설명을 당시 곁들였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경기도 과천 코오롱그룹 본사에서 열린 스페이스K 개관전 ‘바람바람바람’을 찾은 지역 시민들이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코오롱그룹
당초 스페이스K는 전시 외에도 공연과 강연, 이벤트, 체험 학습 등 시민과 임직원을 위한 상설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됐다. 개관전 제목은 ‘바람바람바람’. 작가들은 바람을 자신만의 언어로 시각화한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사측은 전시명에 관해 “바람(Wind)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지역 사회에 문화 바람(Boom)을 일으킨다는 코오롱의 바람(Wish)을 담아 기획됐다”는 기막힌 설명을 당시 곁들였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경기도 과천 코오롱그룹 본사에서 열린 스페이스K 개관전 ‘바람바람바람’을 찾은 지역 시민들이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코오롱그룹

코오롱그룹의 최종 목표는 현대미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예술의 흐름으로 사회 문화적 현상을 탐색하는 기획전도 고려 중이다. 정식 명칭이 ‘코오롱 스페이스K 서울’이 아닌 것도 눈여길 점. 이를 두고 사측은 기업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반대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돕는 것이 스페이스K의 설립 취지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관람객의 문화 향유와 창의력 증진만으로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소리다. 2011년부터 미술관 사업을 운영 중인 이장욱 수석큐레이터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스페이스K의 원칙은 늘 간단했다. 대가大家보다는 신진작가 혹은 재평가받아 마땅한 중견작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꾸린다는 것”이라며 “해외작가 역시 대중적 인기보다는 동시대 신진작가나 한국에 소개된 적 없는 역량 있는 작가의 전시를 유치하려 했다. 그것이 국내에 작가 및 작가 지망생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작가가 본인의 어제와 오늘이 응축된 미공개 작품을 내놓는 것만큼 기쁜 일은 또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 수석큐레이터는 “전시 작가에게 꾸준한 관심을 두고 이들을 타 전시나 프로젝트와 연결되도록 돕고 있다. 이것이 미술관의 지속적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반대로 스페이스K가 그들의 지원을 받을 때도 있다. 이들과 함께 성장할 앞날이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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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스페이스K로 마곡에 바람바람바람 일으키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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