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지연의 상당 부분은 경기도의 책임
사업 무산시키고 공영 개발 추진하면 하세월 우려
완공 이후 운영 문제 고려해도 원안대로 추진이 ‘답’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를 무산시킨 이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사업이 지연된 이유의 상당 부분이 경기도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앞으로 공영주도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경기도의 계획도 ‘아레나(전문 공연장)’ 사업을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20일 차량을 동원해 경기도의 결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경기도에 사업백지화의 이유를 상세하게 밝히고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해 지난 1일 기준 1만 명을 넘었다.

◆폐기물 매립된 땅을 제공한 경기도, 공사지연에 일정 부분 책임

CJ라이브시티는 킨텍스와 일산 호수공원 부근 10만 평(32만6400㎡) 부지에 2조 원을 투입해 K팝 공연장과 스튜디오, 호텔 등을 짓는 사업으로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이라고도 불린다. 2015년 시작해 올해 6월 완성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공정률은 아레나 시설이 17% 정도 진행됐고, 전체 단지로는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의 협약을 해지한 것도 사업 지연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공사지연의 가장 큰 책임이 경기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착공 초기인 2022년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대량의 건설·산업 폐기물이 발견됐다. 폐기물은 7만 평에 이르는 구간에서 지하 약 3m까지 매립돼 있었다고 한다.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6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고 무려 50개월이 걸렸다는 게 CJ 측 주장이다. 더구나 이 부지는 과거에도 한 차례 사업이 무산된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경기도가 “폐기물 존재 사실을 알고도 문제 있는 땅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한류천 오염, 전력 공급 문제, 급등한 공사비 등으로 공사지연

또 CJ라이브시티 단지 전체를 가로지르는 한류천의 오염문제도 공사지연의 원인이 됐다. 한류천은 10여 년 동안 생활 오·폐수가 유입되고 쓰레기도 방치돼 하수구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경기도도 알고 있었다. 2011년부터 수변공원을 조성한다면 270억 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지만, 설계 잘못으로 여전히 해충이 들끓고 수질은 4∼5등급에 불과했다. 이에 CJ 측에서 개선을 요구했지만, 경기도는 2년이 지난 뒤에야 고양시와 협력해 한류천 개선을 공공사업으로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매립된 쓰레기를 제거해 땅을 정화하고, 한류천 정화 문제를 푸는 데 무려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물론 사전 조사를 통해 폐기물 등의 문제를 미리 파악하지 않은 CJ 측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설 과정에서 돌출하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인정하지 않는 경기도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한 공사비나, 해당 단지에 대해 한국전력이 대용량 전력 공급이 불가하다는 뜻을 밝힌 것도 예상치 못한 공사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협약 해지를 재고해 달라는 CJ라이브시티 측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공영 개발 방식으로 원형 그대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기도가 이러한 사정을 무시하고 법대로 협약을 해지하고 공영 개발을 밀어붙인다고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CJ 측과 법적인 공방도 각오해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여기에다가 공영 개발을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고 여기에도 2∼3년은 걸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시공사가 공사를 재개한다 하더라도 인수인계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신속한’ 진행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와 카카오가 지난달 착공한 ‘서울 아레나’에 K팝 성지라는 타이틀을 빼앗길 공산이 크다.

◆아레나 운영도 문제, CJ는 세계 1위 AEG 운영 파트너 선정

이러한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공사를 완수해도 그 이후의 운영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아레나’ 운영이 그리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CJ만 하더라도 13년째 KCON(K팝 콘서트) 공연을 이어왔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자체적으로 CJ라이브시티를 운영하기에는 벅차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공연장 운영기업인 미국의 AEG와 협력해 CJ라이브시티를 운영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AGE는 영국 런던의 O2아레나의 성공사례로 유명한 기업이다, O2아레나는 영국 정부가 1조4000억원을 투입한 융복합 전시 공연장이었는데 사업 초기 콘텐츠 부실로 라이브 공연 관람권 판매 규모가 1년에 30만 장에 불과해 심각한 운영난에 빠졌다. 그러나 2007년 AEG가 인수한 이후 마이클 잭슨, 프린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 공연 등을 유치해 O2아레나를 세계 1위의 아레나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사태가 나기 전 2019년 연간 방문객이 900만 명에 달했다. CJ라이브시티가 운영 파트너로 AEG를 택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CJ라이브시티에 대해 공사가 지연된 데 대한 지연배상금을 감면해 주면 특혜 소지가 있다는 경기도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공무원’ 특유의 사고방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생각이다. 주민들조차 사업이 원안대로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무엇이 지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또 K-컬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사업을 시작했던 처음으로 돌아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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