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개수수료 한꺼번에 44% 인상
외식업계 음식값 인상→물가 불안 뻔해
플랫폼 규제법 제정 목소리 커져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 사고를 쳤다. 배달 중개수수료를 한꺼번에 40% 이상 올리면서 플랫폼 독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직접 피해자인 외식업주는 꼼짝없이 당하게 생겼다.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를 버텨내더라도 음식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여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배달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정부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이참에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난해 영업이익 7천억원, 영업이익률 20.5%에도 수수료 인상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다음 달 9일부터 배달 중개수수료를 기존의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10일 밝혔다. 인상 폭으로 따지면 무려 44.1%가 오른다는 얘기다.

영업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작년에 3조4155억원의 매출에 69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7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 규모도 놀랄 수치지만 영업이익률이 무려 20.5%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장사 615곳의 평균 영업이익률 4.38%와 비교하면 5배에 달한다. 한마디로 충분히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다.

배달의민족 측은 수수료를 업계 평균 수준으로 올린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1위 업체로서, 독점력을 과시하는 탐욕적 인상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 외식업계, 음식값 인상 이외에 다른 방법 없어···물가 불안 우려

당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자영업자들이다. 1만5000원짜리 음식 한 그릇 팔면 수수료와 배달료를 합쳐 5500원이 넘는 돈을 배달의민족이 가져가게 됐다.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을 빼면 기껏해야 1000∼2000원 남는다는 푸념도 어렵잖게 들을 수 있다. 배달주문을 받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는 음식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수요가 많아진 상황에서 배달주문을 받지 않느니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영업자가 배달의민족의 배달 중개수수료 인상에 맞서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적은 수익으로 최대한 버티면서 시기를 봐서 음식값을 올리는 것이다. 결국 배달 중개수수료의 인상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게 될 것이다.

◆ 정부 뒤통수 친 배달의 민족

정부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지난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서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배달료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1주일 뒤 배달의민족이 중개수수료 인상을 발표하면서 배달료를 지원해 봤자 배달의민족의 배만 불리는 꼴이 돼 버린 것이다.

또 공정위는 지난 4일 배달 중개수수료 자율 규제를 위해 배달 플랫폼과 배달원, 소상공인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전격적으로 중개수수료 인상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배달의민족이 사실상 협의체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플랫폼 규제법 또는 배달 중개수수료 상한선 마련 주장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지난해 추진하다 중단된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시 국내 플랫폼 업체의 역차별에 대한 우려 등이 있었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가 확인된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지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배달 중개수수료도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원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달 비용은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음식점과 고객이 부담하고 플랫폼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비만 받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하듯이 배달 중개수수료도 비용 구조를 파악해 음식 가격에 따라 법으로 상한선을 정하자는 주장이다. 배달 중개수수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부동산 중개수수료보다 훨씬 크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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