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체가 76% 시장 차지한 ‘승자독식’ 시장
숙박업소, 과도한 부담에도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숙박비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에 직결

배달 앱에 이어 숙박 앱의 수수료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가 문제다. 숙박 업종의 특성상 이러한 과도한 부담은 곧바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숙박 앱 시장은 야놀자와 여기어때, 두 업체가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과점 상태여서 배달 앱과 더불어 숙박 앱에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숙박 앱, 숙박업소 주인보다 더 많이 챙기고 광고비는 따로 받고

숙박 앱이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개수수료다. 소비자가 숙박 앱을 통해 지불한 이용요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이다. 두 번째는 광고비다. 숙박 앱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숙소 목록에서 상위에 노출되려면 숙박업소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숙박업자들은 숙박 앱에 8%에서 17%에 이르는 예약 중개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포함하면 최고 20%에 가까운 수수료를 숙박 앱에 주고 있다.

숙박업은 호텔도 여러 등급으로 나뉘고 모텔, 팬션을 포함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영업이익률을 따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의 숙박업소도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숙박 앱이 챙겨가는 8∼15%의 수수료는 숙박업소 주인보다도 더 많이 가져간다는 얘기다.

여기에다가 광고비는 많게는 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월평균 107만9300원의 광고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으로 따지면 1개 숙박업소가 숙박 앱에 지불하는 금액이 평균 1300만원에 달한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시장의 75.9% 차지한 ‘승자독식’의 과점시장

이렇게 수수료와 광고비가 비싸면, 숙박업소 입장에서 숙박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얘기다. 숙박 앱을 통한 예약이 전체의 80%에 이른다. 숙박 앱을 통하지 않고는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다가 현재 숙박 앱 시장은 야놀자가 38.8%, 여기어때가 37.1%를 차지하고 있다. 두 업체가 전체시장의 75.9%를 장악하고 있다. 경쟁이 배제된 시장이라는 얘기다. 이 정도 되면 새로운 숙박 앱의 등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수수료가 비싸고 광고비가 터무니없어도 숙박업소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숙박 앱 시장은 ‘승자독식’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초기에는 저렴한 광고비와 낮은 수수료로 숙박업소를 확보하고, 소비자에게는 출혈을 감수하는 과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이후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하자 수수료와 광고비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숙박업소는 더 많은 광고비를 내고 상단에 노출돼야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도 업소가 지불하는 쿠폰 광고비 이내로 줄어들었다. 숙박 앱으로서는 이제 땅 짚고 헤엄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숙박 앱의 과도한 수수료·광고비는 소비자 부담, 물가 상승으로 귀결

숙박 앱 횡포의 1차 피해자는 호텔과 모텔, 팬션 등이다. 배달 앱의 피해자인 음식점 등과 비교해서는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체들이다.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로 부담이 늘어도,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1년에 많아야 너댓 차례 숙박 앱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비싸진 숙박비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숙박 앱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는 온전히 물가에 부담이 된다.

결국, 과점 체제로 굳어진 숙박 앱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불공정한 시장에서 부당행위를 막기 위한 플랫폼 규제법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