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기둥과 이어 튜브에서 문제 제기돼
한 유튜브, “10개 중 3개에 문제”라고 주장
‘애니콜 화형식’을 통해 이룩한 ‘품질 우선’ DNA 되살려야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를 수식하는 여러 표현 가운데 ‘기술의 삼성’은 삼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인정하는 것이다. 요즘 HBM 반도체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제조 기술 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이런 제조 기술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30년 전 당시 고 이건희 회장이 결단했던 ‘애니콜 화형식’이라는 충격적인 요법으로 어렵게 이뤄낸 것이다. 그런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흔들리고 있다.

◆ ‘버즈3’, 콩나물 줄기와 이어튜브에서 문제 발생

삼성전자가 3년 만에 내놓은 새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3’가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삼성멤버스 커뮤니티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갤럭시 버즈3’의 불량인증 사진과 함께 다양한 품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가 ‘콩나물 줄기’로 불리는 기둥에서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버즈2’까지는 강낭콩 모양의 디자인을 고수했으나 ‘버즈3’에서는 애플의 에어팟처럼 콩나물 모양으로 디자인을 변경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오른쪽과 왼쪽의 기둥 길이가 다르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또 ‘버즈3’보다 10만 원 정도 더 비싼 ‘버즈3 프로’의 기둥에는 LED 라이트가 추가됐는데 양쪽의 밝기가 다르거나 한쪽만 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이어튜브 불량이다. 이어튜브을 교체하기 위해 잡아당기면 접합부 부근이 찢어졌다거나 아예 처음부터 이어튜브가 찢겨져 있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그러자 구독자 257만명을 보유한 IT유튜버 잇섭이 다양한 판매처에서 모두 10개의 ‘버즈3 프로’를 구입해 품질을 검증하는 영상을 올렸다. 잇섭은 10개 가운데 3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서비스센터에 가서 판단을 받아 봐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품질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교환이나 환불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 드럼 세탁기 폭발 사고, GOS 사태 등 연이은 품질 문제

‘갤럭시 버즈3’는 출시 이후 각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음질이나 노이즈캔슬링(소음 감쇄) 기능이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대를 모은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제품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MZ 세대를 중심으로 홀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품질 문제는 뼈아픈 실수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 제품을 둘러싸고 품질 문제가 흔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022년에는 삼성전자의 드럼 세탁기가 잇따라 폭발 사고를 일으키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을 낳았다. 또 같은 해 출시된 갤럭시 S22에 장착돼 문제가 된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는 ‘GOS 사태’, ‘GOS 게이트’라고 불릴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 ‘애니콜 화형식’의 약발은 끈난 것인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HBM 반도체 등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뭔가 조급해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있다. 완벽한 제품을 지향한 ‘애니콜 화형식’이 약발을 다 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애니콜 화형식’은 품질 문제를 해결하고자 선대 고 이건희 회장이 1995년 택한 충격 요법이었다. 당시 삼성의 휴대폰 애니콜의 불량률이 11%를 넘었고 품질 문제로 대리점 사장이 고객으로부터 뺨을 맞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 고 이 회장은 구미공장 운동장에 임직원을 모아 놓고 애니콜 15만대와 팩시밀리 등 500억원어치의 제품에 불을 지르도록 했다. 30년 전 500억원어치는 삼성전자 임직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엄청난 물량이었다. 당시 이를 보도한 TV 뉴스를 보면 눈물을 흘리는 직원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임직원의 뇌리에 ‘품질’의 중요성을 각인시켰고 이를 통해 ‘기술의 삼성’, ‘품질의 삼성’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제조 기술’과 그에 따른 ‘품질 우선 정신’은 이처럼 선대가 만들어낸 유산(heritage)이고 이는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기 때문에 ‘갤럭시 버즈3’의 문제가 출시 초기에 나타난 ‘작은 흠결’로 치부하고 ‘교환·환물’로 대충 봉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적인 품질 관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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