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호원들이 게이트 에스컬레이트 막고 신분 검사까지
몰랐다면 공항 보안·안전에 큰 구멍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경. 사진=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경. 사진=인천공항공사

배우 변우석씨의 인천국제공항 출국과정에서 빚어진 ‘황제 경호’논란을 계기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공항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사설 경호원, 프레시 쏘고 게이트 차단하고 승객 신분증 검사까지

변씨는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이 과잉 경호로 물의를 빚었다. 일반 이용객들이 변씨의 사진을 찍을 찍는 것을 막겠다며 강력한 빛의 플레시를 쏘기도 했다.

또 변씨가 제2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2번 게이트로 들어가자 경호업체 직원들은 약 10분 동안 무단으로 2번 게이트를 막았다. 이후 변씨가 면세구역에 들어가자 경호원들도 탑승권을 가지고 동행했다. 변씨가 4층에 있는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로 입장한 뒤에는 사설 경호원들은 에스컬레이트 입구를 차단하고 탑승객의 여권과 탑승권을 검사했다.

이는 모두 엄연한 불법이다. 무작위로 플레시를 쏘는 것은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다. 또 변씨의 신변을 경호한다는 이유로 공공시설물인 공항의 게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일반 탑승객의 여권과 탑승권을 검사하는 것은 출입관리 공무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설 경호업체 직원이 사적인 목적을 위해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 CCTV만 1489대, ‘황제 경호’ 모를 수 있나?

문제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태를 전혀 몰랐다는 데 있다. 변씨가 어느 게이트를 통해 출국했는지도 몰랐고 당연히 게이트를 차단한 것이나 일반 탑승객을 대상으로 신분증 검사를 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논란이 ‘황제 경호’로 확대되자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도 탑승권을 가지고 있는 여객인데 이들을 모두 감시할 수 없다는 변명을 내놨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는 모두 1489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가장 큰 목적이 보안과 안전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공항 내에서 소동이 빚어지거나 이용객 가운데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 즉각 식별해 조치를 취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공항직원이 아닌 사설 경호업체 직원이 게이트를 10분씩이나 막아서고 에스켈레이트 앞에서 일반 이용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하는 데도 몰랐을까? 몰랐다면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황제 경호’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작년 7월에도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진 공항에서 물의 빚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나친 ‘연예인 대접’은 1년 전에도 논란이 됐다. 작년 7월 인천공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찍던 제작팀이 에스컬레이터를 차단하고 일반 이용객들의 사용을 막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불편을 겪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사연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지자 드라마 제작사가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사태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안일한 일처리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공항의 홍보를 위해 드라마 촬영을 허가했다 하더라도 일반 승객의 안내나 통제는 당연히 공항경비대가 맡아야 함에도 드라마 제작사에 맡긴 것은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 인천공사 세계 3위 공항이라지만 보안·안전은 믿을만 한가?

인천공항은 1년에 7천7백만 명이 오가는 거대 공항이다. 이를 운영 관리하는 곳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공기업이다.

인천공항은 올해 글로벌 항공서비스 전문 조사업체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공항’에서 세계 최고 공항 3위에 올랐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달 초 비전 선포식을 갖고 앞으로 해외 공항 10개 이상을 운영하는 글로벌 공항 전문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의 핵심 서비스는 보안과 안전이다. 아무리 출입국이 편리하고 청결을 내세우더라도 보안과 안전에 허점이 생긴다면 모든 게 헛일인 셈이다. 요즘처럼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막무가내식 테러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더욱 긴장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설경호원이 플래시를 쏘고 게이트를 차단하고 일반 승객의 신분증을 검사해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이 만약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대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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