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매진 임박한 듯한 멘트, 자막으로 충동구매 유도
작년 2차례 이어 올해도 적발
반복되는 위반에도 방심위 제재는 약화

사진=CJ온스타일
사진=CJ온스타일

TV홈쇼핑의 대표적 거짓말 중 하나가 ‘매진 임박’이다. 판매 수량을 일러주면서 마치 곧 매진될 것처럼 외쳐대는 쇼호스트의 멘트는 구매를 망설이는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연이어 계속되는 ‘판매 임박’ 자막은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뱉어내는 TV홈쇼핑이 CJ온스타일이다. 작년에도 이 거짓말로 두 차례나 제재를 받았던 CJ온스타일이 또 같은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제재를 받았다. 그런데 작년의 두 차례는 모두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반복된 위반에도 불구하고 낮은 단계 제재인 행정지도 권고에 그쳤다. 방심위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방송은 “매진 됩니다, 전체 매진” 외쳤지만, 실제는 86% 판매

방심위 광고심의소위원회(광고소위)는 16일 회의에서 CJ온스타일이 지난 4월 11일 내보낸 ‘바리바디 점핑큐브+릴렉스틱 홈트레이닝 풀세트’ 판매 방송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렸다.

광고소위는 주문 수량이 매진되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쇼호스트의 멘트와 자막을 통해 마치 매진이 예상되거나 매진된 것처럼 표현해 시청자의 충동구매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광고소위가 지적한 쇼호스트의 멘트 중에는 “빨리 오세요. 2분 지나면 다음 방송 미정입니다. 지금 2분도 못 버텨요” “매진! 자, 지금 주문 중이신 분들까지 150여 분 동시 주문, 이분들까지 수량 가져가셨고요” 등이 있었다. 또 이러한 멘트가 나가는 동안 “전체 매진 예상”, “전체 매진”이라는 자막도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뒤 주문 물량을 확인한 결과 준비된 물량의 86.4%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 CJ온스타일 작년에도 ‘매진 임박’ 거짓말로 2차례 제재

홈쇼핑의 대표적 거짓말로는 해당 제품을 앞으로는 팔지 않을 것이고 말하는 ‘오늘이 마지막 방송’, 또 마치 생방송 중에만 사은품을 주는 것처럼 속이는 ‘홈쇼핑 한정 사은품’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흔하게 등장하는 거짓말이 ‘매진 임박’이다.

그런데 ‘매진 임박’ 거짓말로 방심위 제재를 받는 단골손님이 바로 CJ온스타일이다.

CJ온스타일은 작년 4월에도 화장품 ‘라비앙 볼류마이징 핑크에센스’ 판매 방송을 하면서 “4000세트 판매 돌파”, “여러분 4000세트 올라갑니다” “오늘도 매진 될 것 같아요”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판매된 수량은 2187세트에 불과했다. 방심위는 11월 회의에서 CJ온스타일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작년 3월에도 CJ온스타일은 화장품 ‘핑크원더 호호바오일앰플’ 판매하면서도 ‘매진 임박’ 거짓말을 동원했다. 쇼호스트는 “6300분 올라갑니다. 6400분, 6500분 올라갑니다”라고 외쳤고 자막으로도 ‘5700세트 판매 돌파’, ‘6200세트 판매 돌파’ 등을 알렸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5185세트에 불과했다. 이 방송 역시 방심위 8월 회의에서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 거듭되는 ‘매진 임박’ 거짓말에도 방심위 제재는 약화

TV홈쇼핑의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방심위 제재 수위를 낮은 단계부터 열거하면, 행정지도인 ‘의견제시’, ‘권고’가 있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순서로 구분된다.

그러니까 CJ온스타일은 ‘매진 임박’ 거짓 방송으로 작년 8월과 11월 두 차례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같은 ‘매진 임박’ 거짓 방송에도 제재 강도가 약한 행정지도 권고를 받은 것이다.

물론 CJ온스타일에 대해서만 제재 강도가 약해진 건 아니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전반적으로 제재 수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류 위원장 취임 전에 10개월 동안 홈쇼핑 법정 제재는 23건에 달했으나 취임 이후 10개월 동안에는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제재 강도를 높이는 게 허위 과장 방송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하는 게 원칙이다. 특히 TV홈쇼핑에 관여하는 쇼호스트나 제작진은 사람인지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CJ온스타일은 최근 신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채널 이름을 ‘매진 임박’으로 정했다고 한다. 어쩌면 CJ온스타일 자체가 ‘매진 임박’에 강박관념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솜방이 제재에 그쳤으니 앞으로 또 반복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