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6480원짜리 극가성비 치킨 출시
홈플러스, 윙+날개 제품 등 고급화로 승부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익 악화 막기 위해선 가격 내려야

사진=이마트

한 마리에 3만원을 넘어선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항하는 대형마트의 공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제는 손해 보면서 팔더라도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미끼 상품에서 벗어나, 치킨 차체로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 대형마트 치킨, 가성비+맛으로 도전

이마트는 대형마트의 최대 강점인 가격으로 치고 나왔다. ‘어메이징 완벽치킨’이라는 이름으로 한 팩에 6480원의 가격으로 9일부터 판매한다. 지금까지 생생치킨과 순살치킨을 9980원에 팔았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을 무려 35% 이상 낮춘 것이다. 비법 파우더를 사용했고 에어프라이에 익히면 바삭함을 즐길 수 있다며 맛도 자신했다. 올해 말까지 판매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닭 원료육을 100만 수 이상 계약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치킨의 고급화에 나섰다. 당당치킨 출시 2주년을 맞아 지난달 11일부터 신제품 2종을 내놨다. ‘당당 허브후라이드치킨 콤보’는 가장 인기 있는 키친 부위인 다리와 날개로만 구성된 제품으로 가격은 9990원이다. 또 갈비 소스를 얹은 ‘홈플식탁 갈비왕 오브치킨’을 1만990원에 내놓고 밥과 함께 먹으면(소위 ‘치밥’) 제격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 2010년 ‘통큰치킨’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

대형마트의 치킨 원조는 2010년에 롯데마트가 내놓은 ‘통큰치킨’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1만2000원 하던 당시, 한 통에 5000원에 불과하고 내용물도 30% 많은 ‘통큰치킨’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소비자들은 ‘통큰치킨’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요새 표현으로 하자면 ‘치킨런’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곧 역풍을 맞았다. 대기업의 횡포로 동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망하게 생겼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정치권도 ‘통큰치킨’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대형마트의 치킨 실험은 실패로 끝나는 듯했다. 당시의 반대 논리는 대형마트가 고객을 모으기 위해 손해 보고 치킨을 판다는 점이었다. 미끼 상품으로 영세 골목상권을 말살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던 것이다.

◆ 대형마트 치킨, 비싼 치킨 계기로 10여 년 만에 부활

이런 분위기는 프랜차이즈 치킨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음식인 치킨 수요가 급증하자 막무가내로 가격을 올렸다. 때로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또 어떤 때는 인건비나 배달비 부담을 핑계로 댔다. 치킨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서고 배달비를 더하면 3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음식이 됐다.

이제는 ‘영세상인’ ‘골목상권’을 운운하기 어려워진 2022년 대형마트의 치킨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이마트의 ‘생생치킨’, 롯데마트의 ‘큰치킨’이 가격을 무기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10년 ‘통큰치킨’ 이후 10여 년 만에 대형마트 치킨이 부활한 것이다.

◆ 대형마트, 연구와 투자를 통해 치킨을 수익상품으로 키워

대형마트의 치킨이 미끼 상품인 것은 분명하다. 임대료 부담이 없고 닭을 튀기는 직원 인건비도 원가에서 빠져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광고비도 지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싸게 팔더라도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고 고객을 끄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출시되는 대형마트의 치킨 제품을 보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정형화된 후라이드 치킨에 한정하지 않고 양념치킨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제품 개발을 위해 별도의 식품 연구소를 운영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형마트가 치킨을 팔아서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수요도 그러한 자신감의 밑바탕이 된 듯하다. 이마트의 경우 2022년 생생치킨을 처음 내놓은 이후 2023년에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3.8%가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1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매출 증가세는 홈플러스나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 본사만 배 불리는 구조 고수하면 ‘황금알 닭의 배 가르는’ 꼴이 될 것

아직은 대형마트의 공세에도 치킨 프랜차이즈는 여유로워 보인다. BBQ의 작년 매출은 4천76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가 넘게 늘었고 bhc도 5356억원의 매출로 5%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bhc가 1203억원, BBQ가 653억원을 기록해 큰 변화가 없었다. 교촌치킨의 경우에는 매출은 4450억원으로 10%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4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가맹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포 10개 가운데 3개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매장을 양도하겠다는 가맹점주도 늘어나고 있다. 점포 직거래 플랫폼 ‘아싸점포거래소’의 집계를 보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가운데 양도를 희망하는 점포 수는 bhc가 101개, BBQ가 53개, 교촌치킨이 36개 등 190개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치킨 프랜차이즈의 총 점포 수가 5109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가맹점의 4% 정도가 사업을 접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치킨 전쟁에 나서고 있다. 영세상인이 입을 피해는 2010년 ‘통큰치킨’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방법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격을 낮춰 가맹점포들이 대형마트 치킨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품 공급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 가격을 낮춰야 한다, 당연히 본사가 가져가는 몫을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이 핑계 저 핑계로 가격 올리기에 골몰하다가는 황금알을 낳는 닭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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