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훈련으로 기량 높이는 스포츠 선수
기능인력도 반복된 작업과 훈련으로 숙련도 높여
주 52시간 근무제로 숙련된 기능인력 양성에 차질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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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초반 승전보가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고 있다. 애초 출전 인원이 48년 만에 가장 적어 메달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참여에 의의를 두는 듯했으나 일부 종목에서 예상보다 큰 수확을 올리고 있다.

모든 스포츠가 선수 개인의 자질과 더불어 피나는 훈련과 무한 반복을 통해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사격과 펜싱, 양궁의 경우 특히 훈련과 반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종목들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선수들을 평하는 코치나 주변 인물의 발언을 들어봐도 선수 개개인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한국, 기능인력이 핵심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 제조업이 초석을 닦았고 이후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역시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수치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7.8%에 달한다. 이는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21.6%나 일본의 20.8%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업 등 서비스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있지만, 이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뤄내야 할 목표라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런데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생산과정에서 기술과 경험을 지닌 기능인력이다. 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실습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생산현장에서 반복된 작업과 훈련, 그리고 문제해결을 통한 자기 계발의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가 초인적인 반복 훈련으로 기량을 높이는 데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주 52시간 근무제, 연구소도 생산현장도 칼퇴근 일상화

그런데 앞으로 숙련된 기능인력이 제대로 양성될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힘들고 험한 일을 피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지만 그것보다는 생산현장에서 숙련도를 높이는 과정이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 얘기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된 이후 생산현장이나 연구소 할 것 없이 퇴근 시간이 되면 불이 꺼지고 컴퓨터의 전원이 차단되고 있다. 현장에서 문제를 풀고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자기 계발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능인력은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인 동시에 직무를 통해 자신의 숙련도를 높이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 반도체에서 뒤처지고 있을 때 시중에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된 얘기가 돌았다. 하루바삐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불이 꺼졌고,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회사 밖에서 작업하는 것조차 막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소문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많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게 사실이다.

◆ 주 52시간 근무제, 일률적이고 경직적인 적용에서 벗어나야

주 52시간 근무제의 당위성이나 실시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폄훼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2018년 실시된 이후 이제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경직적이고 일률적인 적용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 됐다. 굳이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동안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은 고쳐나가는 게 옳을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기량을 높이기 위해 밤낮을 마다하지 않고 훈련을 반복한 것을 우리는 높게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생산현장에는 자신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반복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능인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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