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악화
몸집 불려 나스닥 입성 노렸으나 적자에 발목 잡혀
사재 출연 등 새로운 자금 수혈 없이는 해결 어려울 듯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지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의 성공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대금 미정산 사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점 판매자는 한 달 이상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상품권이나 여행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는 환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구 대표가 지마켓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무리하게 M&A를 펼친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위메프의 류화현 대표가 환불 자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영배 신화는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지마켓 만들어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성공 신화 작성

구 대표는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계 석유 개발 기업인 슈럼버그에서 엔지니어와 기술 매니저로 일하다 1999년 인터파크에 입사하며 이커머스 업계에 뛰어들었다. 2000년 사내 벤처로 ‘구스닥’을 출범해 2003년 지마켓으로 이름을 바꾸고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했다.

지마켓은 시작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2004년 1만건이던 거래 건수는 이듬해 60만건으로 늘었고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2007년에는 연간 거래액이 3조원을 달성하며 업계 1위에 올랐다.

구 대표는 2004년 지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그리고 잘나가던 지마켓을 2009년 미국의 이베이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5500억원으로 이 과정에서 구 대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마켓 지분을 넘기고 715억원을 받았다.

매각 당시 이베이는 10년 동안 한국에서 같은 업종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업금지 조항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2010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설립했다.

◆ 광폭 M&A로 몸집 불려 또 한 번 나스닥 입성 노렸지만

2019년 경업금지가 풀리자 구 대표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9년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했고, 2023년 3월에는 인터파크커머스를 4월에는 위메프를 인수했다. 그리고 올해 2월 AK플라자의 온라인몰 ‘AK몰’과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를 잇따라 인수했다. 불과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5개의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 대표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인수한 이커머스를 통해 한국 상품을 해외로 팔고 또 해외 상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팔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큐텐의 거래액이 늘어나고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이 증대되면 나스닥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폭 M&A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인수하기 전부터 적자 상태였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1025억원에 달했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398억원에 달한다. 티몬은 4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조차 내지 못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6386억원에 달했다. 따라서 두 회사 합계 자본총계는 최소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가 위시 인수에 2400억원의 실탄을 쏟아부으며 해외 직구·역직구의 증대를 노렸다. 그러나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와 테무에 막혀 거래가 의도한 데로 늘어나지 않았다. 필연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몇 달은 돌려막기로 버텼다. 소비자들이 결제한 이후 판매자에게는 한두 달 뒤 대금을 정산하는 시차를 이용해 적자를 메워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돌려막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지난달부터 대금 정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악화했다.

◆ 새로운 자금 수혈 없이는 사태 해결 난망

구 대표는 사태 해결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위메프의 류화현 대표는 25일 환불 자금을 충분히 준비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필요한 자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큐텐은 제3의 금융 기관에 판매대금을 보관했다가 정산 일자에 맞춰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시스템을 다음 달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계열사 간의 합병을 통한 사업 효율화,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상되지만 새로운 자금 수혈 없이는 사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해 있던 판매점들은 이미 철수하기 시작했고, 소비자의 신뢰도 무너졌기 때문이다. 구 대표의 성공 신화도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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