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직원, 투자성향분석 서류조작 시인
농협은행 "지점 확인서는 공식 문서 아냐"

NH농협은행 사옥.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사옥. 사진=NH농협은행

파이낸셜투데이는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와 이에 따른 금융당국 조치, 은행권 자율배상(사적화해) 등 취재를 이어왔다. 이와 관련해 NH농협은행의 서류 조작 및 의도적인 누락 정황에 대한 제보를 받아 관련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NH농협은행 직원이 과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한 정황을 인정하고, 이를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투자성향분석 서류를 조작한 사실도 인정하고 있어, 은행권 불완전판매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 관련기사 2024년 7월 5일자 : [단독]은행권, 신탁 불완전판매 의심 정황…계약 동의 서명 복붙?>

13일 파이낸셜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홍콩 ELS 피해자인 길성주씨는 지난해 12월 26일, 홍콩 ELS 사태가 막 언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자신이 거래했던 수도권의 한 NH농협은행 영업점을 찾아가 가입 상황의 부당함을 입증하는 자료를 수령했다. 

판매직원 A씨로부터 받은 판매정황 확인서(왼쪽)와 거래한 영업점으로부터 받은 확인서. 사진=제보자 제공
판매직원 A씨로부터 받은 판매정황 확인서(왼쪽)와 거래한 영업점으로부터 받은 확인서. 사진=제보자 제공

자료 하나는 직접 상담부터 가입을 진행한 판매직원 A씨로부터 당시 구체적인 판매 정황을 인정받은 확인서고, 다른 하나는 판매직원 A씨가 확인한 대로 신탁상품에 가입됐다는 사실에 대한 영업점의 확인서다.

A씨는 자신이 받게 될 불이익을 고민하다 길씨의 호소를 듣고 이내 그가 들고 온 확인서에 자필 서명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서엔 ▲설명의무 위반 ▲서류 조작 의심 ▲부당 권유 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술됐다. 이어 가입을 진행한 영업점에서도 위 상황처럼 홍콩 ELS에 가입된 사실을 확인받았다. 

당시 0.5~1.0%대 저금리 시장에서 3.0~4.0%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의 예‧적금을 문의한 고객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투자상품을 위험성 안내 없이 권유한 일, 투자성향분석에서 고객이 모르게 공격형‧적극투자형에 유리한 답변으로 체크된 일, 투자성향이 공격형으로 진단되지 않으면 ELS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안내하지 않은 일 등이다. 

이 중에서도 투자성향분석 단계에서 고객의 최초 서명(일괄 서명)을 복사해 다른 동의 항목에 임의로 붙여 넣어 활용하는 방식으로 고객 투자성향을 ‘안정형’이 아닌 ‘공격형’으로 승격시킨 것은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일괄 서명은 고객이 계약서 작성 초반에 서명한 최초 사인이다. 은행은 고객의 추가 개입이나 동의 없이도 서명하지 않은 항목에 활용할 수 있다. 은행이 이를 활용해 당초 고객이 체크하지 않은 항목에 동의했다는 확인 서명을 기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길씨의 홍콩 ELS 가입 과정에선 위에 서술된 위반 행위가 있었고, 투자성향분석을 마친 후 상품 추천 단계부터 설명, 가입까지도 3분 33초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통상 ELS 같은 신탁상품 가입은 ‘투자성향분석→도출된 투자성향에 따른 적합한 상품 권유→상품의 구체적인 설명‧안내→설명의무 이행 확인→최종 상품 가입’의 절차를 따르게 돼 있다.

이와 관련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라 문서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확인서 자체도 당행 차원에서 나간 공식 문서는 아니다”라며 “개인이 해당 직원에 대해 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하든 할 부분이지, 그걸 은행이 대변해 입장을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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