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도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에 대한 은행권 자율배상(사적화해)이 10만건을 향해가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에서 진행된 자율배상은 총 9만279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배상 진행 건수 13만9974건의 66.3%가 동의한 셈이다. 

다만, 은행권 자율배상에 합의하지 않은, 홍콩 ELS 투자자 800여명은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법무법인 YK와 전날(12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은행권을 상대로 소송 준비와 금융소비자의 금융투자 피해와 관련한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홍콩 ELS 소송의 법률을 대리하게 된 법무법인 YK의 전담팀. (왼쪽부터) 이현정 변호사, 이상영 변호사, 추원식 대표, 최진홍 변호사. 사진=신수정 기자
홍콩 ELS 소송의 법률을 대리하게 된 법무법인 YK의 전담팀. (왼쪽부터) 이현정 변호사, 이상영 변호사, 추원식 대표, 최진홍 변호사. 사진=신수정 기자

파이낸셜투데이는 홍콩 ELS ‘공동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YK의 변호사들을 만났다. 법무법인 광장 출신이며 금융과 자본시장 분야에서 성과를 냈던 추원식 대표가 총괄을 맡았다. 여기에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서 경력을 쌓고 금융권 분쟁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은 최진홍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 국회 원내대표실 선임 비서관 출신으로 제도 개선 관련 자문을 동반할 이상영 변호사(변시 2회), 은행 근무 이력을 가져 실무 생태에 해박한 이현정 변호사가 실무자로 나선다. 아래는 이들과 나눈 Q&A다. 

Q. 홍콩 ELS 소송에 뛰어들겠다고 해서 주목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다. 주변 동료 변호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A. 지인한테서 오는 전화는 두 부류였다. 고생이 많겠다는 연락과 두 번째는 소송 진행상황을 파악하려는 연락이었다. ‘소송 어떻게 진행할거야? 형사고소는 뭐 생각하고 있어?’라는 질문이 오는데, 자료를 검토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변호사 사회에선 YK가 소비자를 대신해 조력해준다는 점을 보여줄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YK는 사회적 강자라 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번 홍콩 ELS 소송을 수임하면서 YK만의 이러한 성격이 조금 더 강화된 것 같다. 

Q. 홍콩 ELS 소송을 맡은 배경은. 

A. 법무법인 YK가 성장해 온 데에는 대기업이나 거대 금융기관이 아닌 중견기업이나 일반 시민이 기반을  영향이 컸다. 이는 바꿔 말해 10대 로펌 중 거대 금융기관을 상대로 이해 상충 없이 싸울 수 있는 국내 거의 몇 안 되는 로펌이란 의미다. 중‧소형 로펌이 거대 금융기관과 그들의 법률대리인으로 나설 조직화‧전문화된 대형 로펌을 상대하려면 굉장히 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YK는 규모나 경험, 전문성 면에서 큰 로펌인 동시에 성장배경부터 차이가 확연해 소비자 편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했다. YK의 운영철학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바로 이웃에 있는 큰(대형) 로펌’이다. 

Q. 과거 신라젠 주주연합을 대신해 한국거래소와 신라젠 임원과 소송을 했다. 이번 홍콩 ELS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배경엔 신라젠 건의 영향도 있었나. 

A. 처음 홍콩 ELS 소송 건에 대한 문의를 받았을 때 (신라젠 소송건과) 비슷해 보였다. 신라젠 사건도 사실상 경영진이 모든 주주를 속인 결과로 상장폐지에 이르렀는데, 주주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는 상황이었다. 1000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을 대리해 한국거래소 이사장까지 고발했다. 대다수 대형 로펌에선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 같은 기관들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므로 개인을 고소하거나, 사건에 나서지 않는다. 반면, YK는 그런 것보단 주주들의 피해를 어떻게 보장할지, 그들이 어떤 방식의 활동을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였다. 홍콩 ELS 사건은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나 상품의 투자 등이 많이 다르지만, 투자자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 개인적으로 좋은 취지라 생각했다. YK도 적극 맡아 진행하자고 해줘 수월하게 추진됐다. 

Q. YK 내부에서 이렇게 특정 소송에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하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해 들었다. 배경을 설명해달라. 

A. 부연하자면, 대형 로펌들은 분야별로 따로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역량을 결집시켜서 해야 하는 작업은 수임하려 하지 않는다. 일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YK의 의사결정은 굉장히 단순하다. 좋은 사건이니 그냥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파생상품 관련해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적정성 등 불완전판매는 매년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잘 준비하려다 보니 형사, 민사, 은행 출신을 모아 전담팀이 꾸려졌다. 

Q. 홍콩 ELS 소송을 준비하는 YK의 방향성은. 

A. 일단 소송 인원이 많다. 하지만 동일 케이스로 묶어 진행하는 형태의 증권집단소송법에 의한 집단소송이 아니다. 800여개에 달하는 사건을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공동소송이다. 따라서 하나의 소장에 원고를 뭉뚱그려 넣는 게 아니라, 원고마다 소장을 내는 형식이다. 그래서 YK는 각인에게 맞는 가장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이 담긴 설문지, 개별 면담을 진행해 사례를 검토해 최선의 방법들을 제시하려고 한다. 

Q.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집단소송 사례와 달리 초장기전이 될 수도 있지 않나. 

A. 오히려 집단소송이 초장기전이다. 2005년 시행된 우리나라 증권집단소송법에 의한 집단소송은 지난 10년간 단 6건에 불과했다. 그중 당사자 적격이 인정된 것도 5건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안다. 허가 기한도 2년 후인데, 이를 언제 기다리나. 하지만 공동소송은 소송 당사자의 적격성 문제는 애시당초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저희와 상대편, 재판부가 힘들 뿐이다. 또 모든 사건들이 소송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행 과정에서 은행 측에서 적정선의 합의를 제시할 수도 있는데, 피해자분들에겐 금액을 잘 보장받는 것도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권고할 것이다. 과거 키코 소송에서는 오히려 소송을 했다가 패소해 배상도 받지 못하고 되레 요구받기도 했다. 그래서 소송이 꼭 만사가 아니라고 보고, 은행 측 제안도 받아들일 수 있으면 화해 의견을 드릴 것이다.

Q. 은행들이 비슷한 케이스별로 공동 대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예상하는가. 

A. 사실 쟁점은 정해져 있고, (은행 측) 방어 방식도 정해져 있다. 은행은 당연히 설명의무를 충분히 지켰고 고객도 여기 사인하지 않았느냐, 그거 내가 부족하게 설명했다는 걸 입증할 자료가 있느냐는 얘기를 할 거고, 예상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주장을 펼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분야는 이미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 가입 절차에 대한 법률적 의무와 규정, 이행 여부 등 제도의 해석과 법리가 이미 확립된 상황이다. 이미 각 은행들은 이러한 케이스가 많이 있을텐데, 굳이 공동대응으로 갈 때 실익이 있느냐. 우리가 은행에 자문하는 입장이라면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답할 것 같다. 다만, 과거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대응한 사례는 있다. 신종으로 은행 서버에서 특정고객을 위해 거래 장치를 심어준 게 문제가 됐던 주식워런트증권(ELW) 소송이었다. 증권사 한 곳이라도 유죄를 선고받으면 안 되는 케이스였기에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각출해서 로펌들도 같이 회의하고 소송 전략을 세웠던 바 있다. 

Q. 소송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A. 과거 불완전판매의 조사를 진행해보면 억울한 분들이 많았었다. YK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것이다. 무조건 소송을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다. 속도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10년, 20년 걸려서 배상 조금 더 받는 게 의미있다고 보진 않는다. YK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드리는 것에 집중하겠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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