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ISA 피해 건수 및 금액도 집계 이뤄져야”

최근 국민 ‘절세통장’, ‘만능통장’으로 알려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투자손실 사례가 뒤늦게 발견됐다. <본지 관련기사 2024년 6월 24일자 : [단독] 국민 ‘절세통장’ ISA에서 홍콩 ELS 투자손실 나왔다>

대부분 홍콩 ELS의 판매 경위는 이렇다. 먼저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발행한 홍콩 ELS를 금융회사를 상대로 공모한다. 이후 은행들은 증권사 공모일 직전 약 한 달간, 신탁자산에 편입한 형태인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개인투자자를 모집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내놓은 자율배상안(분쟁조정기준안)도 ELT 사례만을 기준으로 한다. 

문제는 이처럼 ISA를 통해 은행에 투자를 일임하는 등 간접 투자 방식으로 홍콩 ELS에 투자한 피해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배상안에는 ISA로 인한 홍콩 ELS 손실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홍콩 ELS 손실사태가 금융권 최대 이슈로 부상했음에도 ISA 연계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이 같은 피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26일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ISA를 통한 홍콩 ELS 손실 피해자들의 구제방안과 감독당국의 배상 방향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강 교수와 나눈 Q&A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오후 ISA 연계 홍콩 ELS 투자손실과 관련해 파이낸셜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오후 ISA 연계 홍콩 ELS 투자손실과 관련해 파이낸셜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Q. ISA를 가입하거나 계약을 갱신하면서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에 투자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신탁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원금 전액이 손실될 가능성을 안내하고 있어 불완전판매가 인정되기 어려워 보이는데.

A.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신탁 계약할 때는 오프라인에서 설명을 듣고 그에 동의하고 서명한다. 하지만 은행이 투자손실 가능성에 대해 안내하고 동의 의사를 녹취하고 서명한다고 해도, 이건 그냥 요건만 갖춰놓을 뿐 사실은 실질적인 불완전판매인 경우가 많다. 이미 투자하러 간 입장에서 지점까지 찾아갔는데 ‘여기다가 사인하세요’ 하면 안 할 도리가 없다. 또 감독당국이 여러 조사나 검토를 거쳐 금융회사가 보상해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ISA에 대한 홍콩 ELS 피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보상해야 한다고 본다. ELT가 다수라서 보상해주고, 소수인 ISA는 보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고령이라든지 과거 투자 경험 여부 등 조건에 따라 배상 비율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본다. 

Q. 홍콩 ELS 손실배상 가이드라인에 ISA 피해 사례와 향후 보상 체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바라보나. 

A. ELT와 똑같이 배상하던가 아니면 ISA에 국한된 다른 배상 기준을 내야 한다. 일단 현 배상안을 똑같이 적용하기보다 ISA에 대한 사례별 기준안을 따로 만드는 방향성이 좋다. ISA는 직접 신탁에 투자한 것과는 달리 은행에 일부 투자를 일임하는 간접 투자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현행 배상안에 근거해 ISA 기준안을 만드는 게 맞겠다. 

Q. ISA 손실 배상안이 어떻게 구체화되면 좋을지 제언하자면? 나아가 금감원 차원의 기준이 아니라 각 은행에서 사후 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출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ISA’라는 상품 특성상 여러 가지 금융투자 유형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경우 투자자에게 운용 상품에 대한 선택 권한이 있기에 일방적으로 은행에 대한 제재나 피해 보상을 인정받기 쉽지 않겠다. 불완전 판매 요소는 ELS의 공통된 기준을 참고해봐야 될 것 같다. 문제는 만기가 됐을 때 손실에 대한 통보 여부다. 은행이 손실을 미리 예상해 안내했다도 하더라도 ISA는 ELS 같은 다른 파생결합증권과 똑같이 처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은행들은 이 과정상의 안전장치나 대응방안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Q. 금감원이 ELS 투자손실 사례와 피해 규모를 집계할 때 은행들로부터 ISA에 대해서도 자료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탁(ELT)에 대해서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ELS변액보험과 ISA도 피해 건수와 금액을 집계하고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하는 게 아닌지.

A. 당연히 ELS변액보험이나 ISA에 대한 사례, 피해 규모를 집계해야 한다. ELT가 금액이 크니까 개개인의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변액보험, ISA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피해자가 나타나서 돈 돌려달라 시위하고 그러지 않는 이상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Q. 현 정부에서 ISA의 한도와 비과세 금액을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2016년에 이어 또 다시 ISA 가입이 급증했다. 홍콩 ELS가 아니더라도 ISA를 통한 간접 투자 피해와 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보나.

 A.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국민들이 저축하기 좋은 수단, 투자 겸 저축 수단을 제공해준 것인데 사실 이러한 문제까지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어찌 됐건 금감원이나 국책연구원 쪽에서 이를 대비하고 많이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언론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할 만한 부분이고, 중요한 문제다.

파이낸셜투데이와 인터뷰하는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신수정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와 인터뷰하는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신수정 기자

Q. ISA 중에서 홍콩 ELS 연계 상품이 문제가 됐는데, ISA를 통해 파생결합증권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DLF도 ELS도 판매 중단시켰는데, 결국 금융사들은 또 비슷한 것을 얼마든지 쉽게 만들 거다. 비슷한 성격의 금융투자 상품을 이름만 바꿔가면서 말이다. 그러면 결국 은행은 “아예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은 취급도 하지 말라”고 제재해야 효과가 있을텐데 이러한 방법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개인투자자는 지점도 얼마 안 되고 거리도 먼 증권사 지점을 찾아가야만 설명을 듣고 가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ISA는 주식이나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투자 상품을 취급하는데, 위험도에 따라 이걸 넣냐 빼느냐 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본다. 차라리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에 대해 사후 적발 시 엄하게 제재하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중장기적인 얘기다. 또 이런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판매 중단만 하지 말고 사후적으로 수위가 쎈 제재와 처벌을 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그러면 회사 망한다고 앓는 소리만 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를 줄일 수 있다.

Q. ISA는 일임형·신탁형·중개형으로 나뉜다. 은행에 투자운용을 전부 일임하는 것과 달리 은행이 가장 많이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 신탁형이다. 신탁형은 투자자가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고 은행이 일부 운용만 하기에 상대적으로 은행이 책임을 덜 지게 되는 구조를 갖는다. 이에 은행들이 ISA 가입 때부터 신탁형으로만 가입을 권하는 경우 등 부작용이 있는데. 

A. 그럼에도 유형별로 구분해 놓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은행과 투자자의 의무와 권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ISA 제도를 좀 더 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신탁형이 일임형과 현실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으니까 그냥 구분을 없애자는 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신탁형으로 가입을 유도해야 은행 입장에선 책임을 덜 지게 된다. 금융상품도 판매자와 투자자의 인센티브 구조를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하므로, 신탁형을 없애면서 금융사고를 해결한다고 해도, 소비자 선택 권한이 줄어 은행이 투자를 좌지우지해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여지도 있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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