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NG 이어 삼성重에 닿은 ‘미다스의 손’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2023년 5월 31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 한·태평양 도서국(태도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삼성의 주요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2023년 5월 31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 한·태평양 도서국(태도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삼성의 주요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

2022년 12월.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삼성중공업의 신임 부회장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인사가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에 부회장급 대표이사가 부임한 건 2010년 물러난 김징완 전 부회장 이후 12년 만이었다.

최 부회장의 선임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첫 부회장 승진 인사였기 때문. 이를 통해 박대영-남준우-정진택을 거쳐 10년 넘게 지속되던 조선소장 출신의 내부 승진 인사 기조도 깨졌다. 그야말로 ‘흑자전환’이라는 특명 하에 최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형국이었다.

최 부회장은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에서 똑같은 임무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1989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한 그는 회사가 표류하던 2018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후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했다.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와 작업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2017년 219억원이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최 부회장 마지막 임기였던 2022년 7029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그렇게 그는 10년 만의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박수를 받으며 삼성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연 삼성중공업에서도 ‘최성안 매직’이 발휘됐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 부회장은 조선업 호황기를 등에 업고 가시적인 재무개선을 일궈내고 있다. 작년 1분기 삼성중공업은 21개 분기 연속 이어지던 적자 고리를 마침내 끊고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2333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무려 9년 만의 연간 흑자전환이었다.

특히 최 부회장 선임 후 삼성중공업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경쟁력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액화해 저장 및 하역까지 할 수 있는 복합 해양플랜트로, ‘바다 위의 LNG 공장’으로도 불린다. 기존에도 삼성중공업은 해당 분야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꼽혀왔는데, 플랜트 전문가인 최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며 경쟁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진단이다.

고선가의 LNG 운반선 건조 척수가 늘고 FLNG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삼성중공업 내부에서는 올해 실적 개선세가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쌓인 수주 잔고만 3년 치가 넘는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목표 영업이익으로 전년 실적 대비 71.5% 상승한 4000억원을 제시했다.

정진택 대표와의 투톱 체제를 마치고 작년 말 단독대표에 오른 최 부회장은 경영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과 단독대표로서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지난 4월 자사주 6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총 매입 규모는 5억1210만원에 달한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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