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원 정신’ 재건할 혁신 전략가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사진=CJ제일제당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사진=CJ제일제당

“일심동체의 ‘원팀(One team)’ 강조와 일하는 방식을 변화, 발전시키는 혁신적 조직문화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갑시다.” 3년 만에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복귀한 강신호 부회장은 최근 신규 업무를 맡은 리더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만큼 1등, 초격차, 글로벌의 ‘온리원(ONLYONE) 정신 재건’을 토대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혁신성장 동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강한 조직력 앞세워 성과 창출 목표

사업 성과와 조직문화를 별개로 여기는 기업들과 달리 강 부회장은 조직문화를 ‘일하는 방식’으로 정의하며 이 둘을 ‘한 몸’으로 본다. 구성원 모두가 목표를 위해 한 방향으로 끝단까지 뛰는 강한 조직력과 실행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조직문화 혁신의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핵심 키워드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며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조직 ▲목표필달(目標必達, 목표를 달성하려는 굳은 의지)의 자존감이 있는 조직 ▲끝단 실행력이 강한 조직이다. 산업과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문화, 자존감과 사명감으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는 문화,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완벽하게 실행하는 문화가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강 부회장의 주요 타이틀인 ‘공채 출신 첫 부회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현장에 파고들어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실사구시 경영인’으로도 그룹 안팎에 알려져 있다. 경영리더(임원), 신입사원, 제조를 책임지는 공장장부터 판매하는 영업조직까지 직급과 역할을 막론하고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간담회를 빼곡하게 잡았다. 리더뿐 아니라 팀의 막내사원까지도 올해 사업 전략의 취지와 본질을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취임 후 2달 동안 매주 한 차례씩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으며 생산, 영업, 스텝조직 등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앞으로 글로벌 사업장의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글로벌, 신성장동력 확보, 수익성 극대화 3대 핵심목표 총력

사업계획을 세울 때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다수 수립하기보다는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달성해 낸다’는 것이 강 부회장의 경영 방식 중 하나다. 그는 올해 ‘글로벌’, ‘신성장동력 확보’, ‘수익성 극대화’를 반드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식품 사업은 국내에서는 차별화된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해외에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사업 인프라 및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적기에 신제품을 선보이고 시장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난해 ‘Next 만두’로 가능성이 확인된 가공밥과 김치, 김 등을 성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지난해 첫선을 보인 ‘K-스트리트 푸드’를 본격 육성한다. ‘K-푸드’ 신영토확장도 이어간다. 영국, 호주, 태국 등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국가들에 이어 올해는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유럽에서의 ‘K-푸드’ 지배력을 넓힌다는 목표다. 이미 1위를 하는 미주 지역 내 만두와 피자 카테고리는 1위 지위를 공고히 해 북미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한다.

바이오 사업은 동물사료영양학(Animal Nutrition) 사업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글로벌 1위 품목인 트립토판을 비롯해 지난해 약30% 성장한 발린과 알지닌 등 스페셜티 아미노산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요소다.

미래 소재인 Taste&Nutrition 사업에서는 맛(TasteNrich), 향(FlavourNrich), 뉴트리션(ActiveNrich) 등 각 영역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국가 개척과 신소재 발굴에 나선다. 이와 함께 핵심 품목인 핵산의 원가 혁신과 판매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위상을 다진다.

신사업인 화이트바이오(식물자원 기반 바이오연료 생산기술)는 네이처웍스(NatureWorks), 리만코리아 등 국내외 여러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PHA등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의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한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자레인지 조리 가능 PHA적용 종이코팅’ 기술처럼 다양한 고객사 니즈를 반영한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바이오파운드리(Bio Foundry, 생물학 실험과 제조공정 개발을 지원하는 인프라) 분야에 본격 진출해 신규 생산기반을 확보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지난해 미국 바이오텍 기업 라이고스(Lygos)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사료·축산 독립법인 CJ Feed&Care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사료·축산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적 개선 가시성 높일 ‘미다스의 손’

강 부회장은 CJ그룹 안팎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직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CJ대한통운에서는 사업부문 구조 혁신, 조직문화 체질개선,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쳐치며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창출해냈다. 2019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대표로 재직 당시에는 선택과 집중·글로벌 식품사업 확대에 초점을 두며 질적 성장을 이끌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CJ그룹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빅딜로 불리고 있는 미국 슈완스 인수에도 적극 참여해 성장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2014년에는 CJ프레시웨이 대표를 맡아 수익성 높은 급식·외식 식자재 사업에 집중해 취임 1년 만에 영업이익을 3배 넘게 늘렸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1961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 1988년 삼성그룹 입사, CJ제일제당 경영관리/ 2005년 CJ주식회사 인사팀장 부사장/ 2010년 CJ제일제당 경영지원실장/ 2013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2016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 2018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2020년 CJ대한통운 대표이사/ 2024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현)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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