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오 변호사(법무법인 서호)
유용오 변호사(법무법인 서호)

앞에서 징계조사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으면 단서를 유추하여, 기억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 씀 드렸습니다.

그렇게 기억을 되짚어 확인하는 일이 끝나면 나의 상황을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 끌어안고 해결하려고 하면, 그 심리적 고독과 외로움으로 조기에 지쳐버리고 영혼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비록 성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가족에게 알려야 합니다. 때로는 가족으로부터 힘을 얻고 대처 방안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해도 내가 혼자 마련할 수 있는 비용이 없음을 알고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에게 알리고 나면 이제는 믿을 만한 선배나 후배나 동료와 상담을 해야 합니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럿이 생각하는 것이 좋은 생각을 해낼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나의 불행을 자기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람과는 상의하지 말고, 진정으로 나를 위해 줄 수 있는 동료를 골라 대처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고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평소에도 일과 생활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고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과 관련된 기억을 하고 있어서 나를 방어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력이 되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변호사의 도움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으면 감봉을 받을 것을 도움을 받음으로써 견책을 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변호사를 선임하지(사지) 않고 감봉을 받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이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어렵고 아픈 감정을 변호사에게 투사시키고 나는 마음의 평안과 가벼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나의 일을 변호사에게 떠넘기는 대가로 수임료를 주고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선임한 변호사와 대화를 통해 나의 입장을 정리하고, 징계 조사 받을 때도 함께 가서 조사받고, 징계 심의에도 대동하여 나를 위해 변론을 하도록 함으로써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내가 말하면 잘난 체나 변명,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말도 변호사의 입을 통해 말할 경우 객관적인 정상참작의 자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징계조사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①최대한 그 사건을 떠올려 디테일한 기억을 만들고 ②가족에게 알려 공동 전선을 구성하고 ③신뢰할 동료와 상담을 통해 대처 방법을 만들어 보고 ④가급적 변호사를 선임해 내 고통을 줄이고 절차에 도움 받을 준비를 하면 징계조사 받을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은 괜히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황하게 되면 허둥대고 허점이 생기는 심리적 틈이 노출되어 당하는 것입니다. 징계나 형사 사건도 이와 같습니다. 아무런 준비가 없으면 지불해야하는 응분의 대가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상담은 홈페이지 우측상단 기사제보나 이메일 [email protected]을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유용오 변호사는 군법무관 1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서호(chamlawyer.com)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보통군판사와 육군 제7군단 법무참모를 역임했습니다. 2008년부터 법무부장관 표창과 국방부장관 표창,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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