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오 변호사(법무법인 서호)
유용오 변호사(법무법인 서호)

내가 왜 징계를 받아야 할까? 징계는 뭔가 내게 불이익을 강요 또는 강제하는 절차로 보이는데, 왜 나는 징계를 받아야 할까?

그 답은 '뭔가 잘못했기 때문에 징계를 받습니다' 입니다.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왜 징계를 받아야 할까? 징계를 하는 입장(징계권자)에서는 조직의 기강과 능률을 지키기 위해 그럴만한 잘못을 저지른 당신을 징계한다고 할 것입니다.

징계를 하게 되면, 그 조직의 기강이 지켜지고 능률이 올라가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조직을 위한 하나의 부품에 불과한가? 조직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내게 징계가 내려지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서글퍼 질 수 있습니다. 차라리 ‘네가 잘못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로 징계벌(강등, 감봉 등 여러 가지 징계 처분)을 받으라’고 하면 될 것을 ‘조직의 유지’라는 목적이 들어가면 징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수단화ㆍ도구화된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그와는 별개로 징계벌을 또 받으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징계 받는 나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이중 처벌을 받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징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 대답이 걸작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형사절차는 사법적인 절차이고, 징계절차는 행정절차이다. 양자는 그 목적과 수단 및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는 별개의 절차이며 따라서 이중 처벌은 아니라고 합니다. 법원도 같은 입장입니다.

이미 형사사건에 대해 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그 사실이 조직 내에 알려져서 체면을 구기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이미 받았는데 다시 징계벌을 받으라고 하니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이미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것이 확고한 판례이자 통설이고 실제 업무 수행 방법이기 때문에 징계를 받게 될 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징계를 받지 않거나 징계 처벌의 수위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선한 행동이 되는 것 입니다. 설사 내가 잘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자초해서 징계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행동해서 징계권자로 하여금 낮은 수위로 징계를 해도 나의 잘못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함으로써 가벼운 처벌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처벌받는 것이 아닌 내가 처벌을 받는 것이고 내가 받는 불이익한 징계처분은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감봉의 처분을 받으면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월급의 1/3이 감액(기타 징계 규정에서 정한 비율)되어 지급됩니다. 이 1/3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고 가정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동안 온 가족이 경제적 결핍으로 인한 고통을 같이 겪어야 합니다. 대부분 징계를 받는 사람은 가장이므로 가장으로서의 체면이 심하게 구겨짐은 물론입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필자가 20여 년 동안 군에서 징계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징계 받는 사람의 시각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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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오 변호사는 군법무관 1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서호(chamlawyer.com)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보통군판사와 육군 제7군단 법무참모를 역임했습니다. 2008년부터 법무부장관 표창과 국방부장관 표창,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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